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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일일이 세며 훈련용 콘과 마커(위치표시도구)를 하나하나 직접 그라운드에 가져다놓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뭔가 쉴 새 없이 중얼거리면서 사전에 계획한 훈련 프로그램을 정리하는 표정도 아주 진지하다. 대전 조진호(42) 감독의 요즘 모습이다.
대개 훈련 준비는 코치들의 몫이지만 대전은 다르다. 선수들이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가벼운 러닝과 코어 트레이닝 등으로 몸을 푸는 동안, 조 감독이 직접 훈련 준비를 한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의 몸놀림을 예의주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순간순간 떨어지는 불호령은 그의 한쪽 시선이 선수들을 향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시즌이 한창일 때도 똑같았다. “이 정도는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멋쩍은 미소를 짓지만, 훈련시간을 빈 틈 없이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안다.
그러나 조 감독은 “승격 시즌에 강등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 라며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냥 “생존하겠다 ”가 아니라, “큰일 한 번 내고 싶다”고 속으로 수도 없이 다짐하고 있다.
물론 현실은 어렵다. 30여명의 선수 중 쓸 만하다고 판단되는 이들은 20명 남짓이다. 그나마 몇몇은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고, 용병 영입도 아드리아노를 포함해 2명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한다. ‘제2의 임창우’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클래식에선 모두가 경쟁자인 까닭에 임대 영입 또한 쉽지 않다.
그래도 조 감독은 선수들을 믿는다. 축구는 의외성의 종목이다. 구체적 목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전도 축구의 의외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잠재력과 가능성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라인을 내리고, 자물쇠만 채우는 축구는 싫다. 조 감독은 “질 때 지더라도 후회 없이 해야 한다. 수비만 한다고 실점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방점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선수들은 아직 꽃피우지 못했다. 대부분 한 번쯤 큰 아픔도 겪었다. 동기부여는 충분하다”는 조 감독은 “죽기 살기로 하겠다. 시즌이 개막하면 선수단 구성은 더 이상 소용없다.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부담도 덜 하다”며 ‘주목받지 못한 자의 반란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