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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왕건과 궁예의 생사결단…바위, 전설을 품다

강원도 춘천 삼악산 겨울 산행
거대한 석벽 도열한 듯한 금강굴 지나
이름마다 재미난 이야기 품은 빙폭
왕건과 궁예 전설 내려오는 흥국사와 삼악산성
가파른 산길따라 가면 삼악산 정상 올라
  • 등록 2021-01-15 오전 6:00:00

    수정 2021-01-15 오전 6:00:00

삼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춘천시내와 소양강. 소양강 한 복판에 떠 있는 섬이 붕어섬이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기도 남양주부터 강원도 춘천까지 이어지는 46번 국도. 경춘가도라고도 불리는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다. 강촌 ·남이섬·의암호·소양강 등도 함께 즐길 수 있어 금상첨화다. 이 길의 끝이자 시작점인 경강교를 지나면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삼악산(三岳山·645m)이 지척이다. 삼악산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물이 소양강과 의암호를 지나 의암댐 수문을 막 벗어날 즈음 서쪽으로 우뚝 솟아오른 산이다. 흙산의 몸뚱이에 세 개의 큰 돌산을 이고 있는 특이한 형상이다. 용화봉(645m)·청운봉(546m)·등선봉(632m)의 세 봉우리가 있어 ‘삼악산’이라는 이름을 낳았다. 웅장하진 않으나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많고, 간간이 바위 능선 길이 이어지는 데다 크고 작은 폭포가 숨어 있어 매력적이다. 등산객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삼악산 등선폭포 매표소 입구쪽 금강굴


신선이 살았을 것 같은 좁은 협곡을 지나다

삼악산 산행 코스는 세 군데다. 강촌교 북단, 등선폭포 매표소. 상원사 입구 매표소 등이다. 삼악산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등선폭포 쪽에서 상원사로 넘어가거나 반대로 상원사를 들머리 삼아 등선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한다. 코스 난이도로 본다면 등선폭포에서 상원사로 넘어가는 게 가장 편하다. 이 코스는 계곡과 폭포를 지나기도 하고, 잘 자란 노송과 바위를 배경 삼아 의암호도 조망할 수 있다. 보통 3~4시간 정도 걸린다. 상원사에서 등선폭포로 넘어가는 코스는 중급 정도의 난이도다. 상원사에서 정상까지는 산길과 암릉이 제법 가파르다. 지금 같은 겨울철에는 등선폭포에서 시작해 정상을 찍고 다시 등선폭포 쪽으로 넘어오는 게 좋다. 매서운 한파가 연일 몰아치거나, 눈이 오면 바위와 땅이 얼어 낙상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아이젠과 스틱도 꼭 챙겨가야 한다.

삼악산의 명물인 등선폭포가 연초부터 이어진 강추위에 꽁꽁 얼었다.


들머리는 등선폭포 매표소. 을씨년스러운 골목을 지나면 등선폭포 입구. 좁은 통로처럼 생긴 입구를 지나면 압도적인 풍광에 정신이 번쩍 든다. 가파르고 날선 거대한 석벽이 양옆으로 도열한 듯 서 있다. 마치 거대한 동굴 속에 들어온 기분. 그래서인지 이곳의 이름도 금강굴이다. 석벽을 울림판 삼아 겨울 바람소리가 마치 피리소리처럼 들린다. 이 거대한 석벽은 일명 ‘차돌’이라고 하는 규암으로 만들어져 있다. 25억년 전부터 5억 7000만년 전까지의 모래암석들이 높은 압력과 온도를 받아 굳어진 퇴적암이다. 이 규암층에서 지각운동이 일어나면서 절리들이 갈라져서 만들어진 게 지금의 모습이다.

금강굴을 지나면 등선폭포가 있다. 과거 빙하지역이었다는 이곳은 다시 빙하시대로 돌아간 듯 모든 것이 얼었다. 시베리아 한파에 물줄기는 물론 물소리마저 얼어버린 듯 너무나 고요하다. 승학폭포, 백련폭포, 옥녀담, 주렴폭포 등 이름마저 아름다운 폭포들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며 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든 폭포를 즐기는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30분이다.

삼악산은 계곡수가 규암을 깍아 만들어 놓은 지형이다.
폭포를 지나면 계곡을 따라 좁은 산길이 이어진다. 계곡길이 끝나는 지점에 운파산막이라는 간이매점이 있다. 매표소에서 1.8km 정도 떨어진 곳. 백두대간을 뛰어서 돌파했다는 시대의 기인이자 노인봉 산장지기 털보 성량수 씨가 노년을 보내고 있다는 산막이다. 운파산막 앞으로 나있는 산길을 따라가면 흥국사가 지척이다. 흥국사는 894년 궁예가 창건한 사찰이다. 이곳은 궁예가 왕건을 맞아 싸운 곳으로, 궁예는 이곳 터가 함지박처럼 넓어 궁궐을 지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흥국사를 지어 나라의 재건을 기원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절은 최근에 다시 지은 것이다. 이곳에서 그나마 볼만한 것은 낡은 삼층석탑이다. 전체 높이 134cm 정도로, 이 부근에 산재해 있던 탑의 부재들을 모아 다시 세웠다.

궁예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진 흥국사


설악산과 오대산 합쳐 놓은 듯한 설경에 반하다

삼악산 7부 능선에 있는 333계단
흥국사 대웅전 뒤편으로 돌아가 600m 정도 오르면 희미한 흔적이 남아있는 삼악산성을 볼 수 있다. 삼악산의 험준한 산세를 이용해 마주 보고 있는 두 정상의 능선을 따라 쌓은 성. 주변에 널려 있는 자연석으로 축성한 초기 산성의 모습이다. 험준한 산세를 이용한 천혜의 요새다. 천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성은 많이 훼손된 상태. 현재는 군데군데 그 흔적만이 남아 있는 정도다. 삼국시대 이전인 맥국(貊國)의 성터였다는 전설이 있다. 맥국의 수도는 춘천이었는데 이 산성이 그 수도를 지키기 위해 지어졌다는 것이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철원에서 왕건에게 패한 후 이곳에 성을 쌓아 피난처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당시 산성 중심에 궁궐이 있던 곳은 지금도 대궐터라고 부른다. 또기와를 구웠던 곳는 ‘왜(와)데기’, 말들을 매어 두었던 곳은 ‘말골’, 전투를 벌였던 곳은 ‘칼봉’, 군사들이 옷을 널었던 곳은 ‘옷바위’라고 부른다. 하지만 당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기에는 천년의 세월은 너무나 긴 시간. 지금 삼악산성은 과거의 웅장함이나 위압감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흥국사를 나오면 길은 급격히 가팔라진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0km. 계단을 따라 두어번 가쁜 숨을 고르며 오르면, 작은초원이라는 팻말이 반긴다. 이름처럼 작은 평지다. 계단을 오르느라 힘들었을 산행객을 위해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나무의자가 있다. 잠깐 숨을 돌리고 좁은 산길을 따라가면 다시 계단길이다. 계단 초입 안내판에 333개의 계단이라고 쓰여있다. 눈이 온 뒤라 어디가 계단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 천천히 계단 수를 세어가며 올라본다. 눈이 온 뒤라 어디가 계단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 계단 수를 세어가며 오르면, 큰 초원이 나타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불과 300m. 거친 바윗길 위로 눈까지 쌓여 더욱 험준하게 느껴지는 길이다. 울퉁불퉁한 암릉을 오르면 삼악산 정상이다. 두발과 양손을 이용해 온몸으로 올라서야 할 정도로 힙겹지만 정상에 오르면 마치 선계에 온듯 새하얀 풍경이 발 아래 놓여 있다. 의암호와 북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정상에 서면 마치 다도해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삼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산능선


여행메모

△가는길=강촌으로 가는 길은 경춘선 ITX 청춘열차나 전철을 이용하면 편하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춘고속도로 강촌IC를 빠져나오거나, 46번 국도를 따라가다 경강교를 지나면 삼악산이다.

△먹거리= 강촌이나 춘천으로 여행을 간다면 닭갈비와 막국수는 필수 먹거리다. 대표적으로 후평동 1.5닭갈비, 온의동 유림닭갈비, 신북읍 유포리막국수와 시골막국수, 샘밭막국수, 단우물막국수 등이다. 따뜻한 국물이 그립다면 강촌의 발래골식당을 추천한다. 쏘가리매운탕 등 민물매운탕으로 유명하다. 다슬기 해장국은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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