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난지원금 기부하는 공무원, 소비하는 공무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공무원사회 최대 화두로
기재부 공무원 기부행렬에…고민 커지는 행안부
"전국 지자체에 영향 줘 소비진작 취지 퇴색 될라"
최문순 "기부 않고 쓰는 게 애국"…편 가르기는 금물
  • 등록 2020-05-17 오전 10:22:56

    수정 2020-05-17 오전 10:22:56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최근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자기 몫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화두다. 기부냐, 쓰느냐 그것이 문제인 셈. 한 공무원은 전액 기부를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아내에게 “지원금엔 가족들 몫도 있는데 왜 혼자 결정하느냐”고 타박까지 들었다고 한다.

12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직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과 관련해 안내,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애초 지원금 기부는 왜 화두가 됐을까. 딱 한 달 전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소득하위 70%에게만 주기로 한 정부안을 물리고 지원금을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재원은 바로 이 3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로 메울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안을 만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 국민 지급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70%에게만 지급하는 게 적절했다”고 소신을 굳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획재정부 국·과장급 이상의 공무원은 이를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가 지원금을 모두 기부하기로 한 다음 날에 내린 결정이었다. 일각에선 `관제 기부`라고 하지만 그들의 진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앙부처 중 최고 엘리트만 모였다는 기재부 공무원이 대한민국 30%로서 자발적 기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셈이니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기부한 사람에게 박수칠 수 있지만 기부하지 않은 사람에게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의 원래 취지는 기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손가락질 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이 가장 고민스러운 부처 중 하나가 행정안전부다. 국가공무원을 관리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밀접하게 연계해 업무를 진행한다는 점이 고민의 이유다. 자신들의 기부가 지자체에게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의 부단체장과 기획조정실장을 대부분 행안부 출신 공무원이 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시나리오다.

상황이 이쯤되면 이젠 박수를 받기 위한 기부가 아닌 손가락질을 피하기 위한 기부도 분명히 생긴다. 소신을 굳히지 않는 장관과 의기투합한 부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국 공무원이 한마음 한뜻이 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30%로서 자발적 기부를 하는 공무원도 필요하지만, 70%를 위해서 돈을 써야 하는 공무원도 필요하다. “기부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으신데 기부하지 않고 받아서 쓰는 게 애국”이라며 소신을 밝힌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이같은 맥락이다. 30%로서 기부하는 공무원과 70%를 위해 소비하는 공무원 모두 애국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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