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유성의 금융CAST] 위비톡을 보내며

  • 등록 2020-09-12 오전 11:00:00

    수정 2020-09-12 오전 11: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2016년 우리는 생경한 TV 광고를 보게 된다. 카카오톡을 따라잡겠다고 나선 한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광고다. 우리은행이 운영하는 ‘위비톡’.

광고 영상 중 일부. ‘은행에서 톡이 나오면 내가 네 아들이다’라는 대사를 유재석이 하고 있다.
우선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TV로 광고를 한다는 점, 그 광고에는 당대 최고의 MC인 유재석이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은행이기 때문에 가능한 마케팅 투자였다.) 숱한 모바일 메신저가 나왔지만 TV 광고에까지 나온 적은 드물었다. 초기작일 경우에는 전적으로 입소문과 온라인 검색 광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카카오톡 천하가 된 상황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 자체도 생경했다. (이것도 뒷배가 은행이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네이버의 라인이나 페이스북메신저도 일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마이너’한 정도였다. 카카오톡과 대등한 수준의 경쟁을 한다고 보기 힘들었다.

또 한가지. 은행이 출시해서 은행이 운영하는 서비스였다는 점. 우리은행 창구에 가면 위비톡 광고 포스터를 쉽게 볼 수 있었고, 창구에 앉기 무섭게 위비톡 가입을 권유 받았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끌어준 덕분에 출시 반년만에 100만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은행이기 때문에 가능한 가입자 유치였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이광구 전 행장도 열정적으로 위비톡을 알렸다. 들리는 얘기로는 위비톡 운영팀을 직접 본인이 챙겨볼 정도였다. 금융을 넘는 새로운 혁신을 앞장 서가는 행장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더군다나 지극히 안정을 추구하는 은행에서 모바일메신저 같은 이종의 서비스에 도전한다는 점 자체가 참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입자를 모으는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위비톡은 그 존재만으로도 주목 받았다.

당시 행장은 왜 위비톡을 밀었을까. 플랫폼에 대한 중요성을 선도적으로 깨닫고 이를 활용하려고 했던 생각이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카오톡에서 파생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매일 빈번하게 사용하는 플랫폼을 만들면 이를 통한 파생 서비스를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위비뱅크, 위비톡, 위비멤버스가 그 예다.

그러나 위비톡은 카카오톡의 아성에 끝내 접근조차 못했다. 한번 굳어진 사용습관을 바꾸기 힘들다는 사실만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비톡을 아꼈던 행장까지 바뀌었다. 불명예스럽게 바뀌는 과정에서 그의 유산이었던 위비톡은 소외됐다. (정파성이 강한 집단일 수록 전임자의 유산은 쉽게 사라지곤 한다.) IT기업이 아닌 은행에서 고집스럽게 밀었던 서비스였던지라, 추동력이 됐던 사람 하나가 나가면서 같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결국 우리금융은 올해 말로 위비톡을 접기로 했다. 이렇게 은행이 시도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다른 카카오톡의 경쟁 서비스처럼 묻히게 됐다.

이런 위비톡을 그냥 그저그런 망작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전임 행장의 유산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안정지향적인 은행에서 이종의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해봤다는 데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이른바 ‘질 수 있는 싸움’에도 당당히 도전했다는 데 있다.

실제 수많은 메신저들이 카카오톡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 3사가 연합해서 만든 메신저도 카카오톡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그만큼 어려운 시장이다.

‘이런 실패의 반복’ 속에 교훈을 얻는다면 그것도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카카오톡도 수많은 실패 속에 나온 서비스이고, 제아무리 구글이라고 해도 모든 서비스가 성공하는 게 아니다. 성공할 때까지 시도한다.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을 앞둔 은행들도 이러한 ‘실패에 대한 용인’이 필요하다. 카카오도 내부적으로 10개의 서비스 중 1개라도 성공한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그게 바로 디지털 기업의 성공 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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