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천덕꾸러기가 된 은행지점

  • 등록 2021-02-03 오전 6:00:00

    수정 2021-02-0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전국 6700여개 은행 지점이 천덕꾸러기 같은 신세가 됐다. 수많은 은행원들이 일하고 있는 공간이고 한 때 은행의 얼굴이나 다름이 없었지만, 시대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은행 영업점이 아니라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을 만나는 시대가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이데일리가 전국 2000명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응답자의 42.9%는 지난 1년간 오로지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은행 지점과 모바일 앱을 병행해서 이용했다는 사람들(36.5%)보다 많았다. 지난 1년간 은행 지점만 이용했다는 금융 소비자는 13.2%에 불과했다. 지난 6개월간 은행 지점을 한번도 채 가지 않는다는 대답이 많았다.

비대면이 대세가 되면서 은행 경영진들도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눈치다. 은행의 얼굴이었던 영업점은 ‘줄야야 할 대상’이 됐다. 지난 10년간 10% 가량이 줄었다. 영업점이 줄면서 은행원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다. 올해 초에만 약 2000여명이 은행을 떠났다.

그나마 주택담보대출 신청처럼 복잡한 서류와 신용평가가 필요한 서비스는 은행지점의 전유물로 남아 있다. 허나 주담대마저도 100% 비대면 시대가 멀지 않았다. 지금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을 중심으로 100%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가 개발 중에 있다.

금융 당국은 은행 지점을 줄이려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은행 지점이 없으면 일부 금융소비자가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은행들의 영업점 감축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시대에 금융 혁신을 위해서라면 은행들은 지점과 인력을 줄이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소외되는 금융소비자의 문제도 간과할 수는 없다. 은행에 요구하는 사회적 책무를 쉽게 넘기기 어렵다.

디지털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금융 소외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올 한해도 은행들은 보이지 않는 답을 찾아 무척이나 바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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