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장 외로운 이, 이름 없는 예술가 위한 찬가

정식 초연 오른 창작뮤지컬 '아티스'
예술과 재능에 대한 이야기 무대로
인물 내밀함 담은 넘버 인상적
  • 등록 2020-03-26 오전 5:30:00

    수정 2020-03-26 오전 5: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외로운 사람만이 외로운 사람을 서로 알아보지.” 지난 21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아티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가사다. 외로움을 느껴봤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이야기다. 그런데 ‘아티스’가 말하는 외로운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예술가다.

‘아티스’는 19세기 말 프랑스 몽마르뜨를 배경으로 한 네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은 예술과 재능을 뜻하는 라틴어. 예술가로서의 재능과 부러움, 질투를 통해 예술가가 겪을 수밖에 없는 고뇌를 무대에 올린다.

창작뮤지컬 ‘아티스’의 한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품은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작곡가 에릭(김도빈 분)과 그의 연인 엘로이즈(김히어라 분), 에릭의 후원자이자 에릭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파트릭(현석준 분), 에릭을 동경하는 작곡가 지망생 마티스(안창용 분)를 중심으로 극을 풀어간다. 예술로 연결된 네 사람은 에릭의 작업실 ‘검은 고양이’에 모여 함께 만들어갈 예술의 꿈에 부풀어 희망찬 노래를 부른다. 이들에게 예술은 삶의 전부나 다름없다.

갈등은 에릭으로 인해 빚어진다. 에릭은 ‘진심’이 중요하다면서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엘로이즈, 파트릭, 마티스에게 독설에 가까운 말을 마다하지 않는다. 비판을 받아야 발전한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에릭의 날카로운 지적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그가 지닌 예술적 재능에 대한 동경으로 상처를 끌어안는다. 그러나 정작 에릭도 혼자 있는 순간에는 자신의 재능에 대한 고민으로 아파하고 힘들어한다. 천재 예술가도, 예술을 꿈꾸는 이들도 모두 다 그렇게 외로운 존재들인 셈이다.

신예 작곡가 남궁유진과 극작가 박예슬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네 인물이 겹겹이 화음을 쌓아가며 만드는 넘버들이 인상적이다. 타인의 재능에 대한 동경과 질투를 느끼는 그 순간의 내밀함을 넘버에 담아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무대 뒤편의 하얀 천을 배경으로 한 그림자를 통해 인물의 숨겨진 심리를 표현하는 연출도 눈길을 끈다.

창작뮤지컬 ‘아티스’의 한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만 네 인물이 각자의 독백으로 극을 풀어가는 방식은 효과적인지 의문이 남는다. 네 인물 모두 깊은 고민을 갖고 있다 보니 110분의 시간 동안 이를 온전히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다. 연출을 맡은 장우성 연출은 “수많은 키워드와 레이어 속에 메시지가 숨어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나면 그 메시지를 너무 깊이 숨겨놓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흔히 예술은 재능을 타고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혹자는 재능은 노력이 함께해야 한다는 말도 한다. 분명한 것은 예술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아티스’는 그런 정답이 없는 예술을 향해 꿈을 꾸는, 아직은 이름이 없는 예술가들을 향해 보내는 찬사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창작뮤지컬 ‘아티스’의 한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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