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져져 빗속에서도 걷기에 큰 불편이 없는 숲 속에서 빗방울과 숲이 이뤄내는 자연의 타악(打樂)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으로부터 500년을 넘게 거슬러 올라가 왕이 거닐던 숲이 바로 서울과 30분 거리에 있다. 수천년 간 사람에 의한 훼손 없이 보존된 광릉숲과 그곳에 자리한 국립수목원은 편안하게 주말 나들이를 다녀오기엔 제격이다.
단 국립수목원 방문을 위해 사전 예약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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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원은 수목원 중앙에 위치한 관상수원을 중심으로 난대수목원과 약용식물원, 고산식물원, 손으로 보는 식물원은 물론 연못을 따라 물속 생태계를 접할 수 있는 수생식물원 등 식물의 특징이나 기능에 따라 15개의 전시공간으로 구분된다.
전시원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달콤한 나무 향기를 타고 전해오는 숭고한 자연의 속삭임에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식용식물원 옆 숲길을 오르다보면 산림동물원에 이른다. 독수리와 수리부엉이, 늑대, 반달가슴곰, 백두산호랑이 등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동물들의 안정과 번식기 등을 고려해 매년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만 개방하고 있어 동물들을 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숲 속에 자리하고 있는 육림호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이곳에서는 아담하고 예쁜 호숫가를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 중 하나인 ‘전나무숲’과 ‘숲생태관찰로’는 숲속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 관람객들의 필수 코스다.
숲을 제대로 즐기려면 수목원 해설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매시 정각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하며 꽃과 나무 등 산림생물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다면 자동음성안내기를 빌려 사용하면 된다.
또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태교프로그램과 광릉숲 산새탐험, 산림문화체험 등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박물관은 산림의 역사와 목재의 가공 및 이용, 인간과 식물의 진화 등 알차고 다양한 주제로 꾸며져 있다. 원시의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숲속에서의 하루는 은은한 향기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