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코로나에 감염될까 극도로 예민합니다. 그런데 근로자 사망에는 둔감합니다. 왜 그럴까요. 코로나는 직접적인 반면 산업재해는 멀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헌데 산재 사망이 남의 일일까요. 그들은 바로 내 가족이자 친구입니다. “잘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이들은 누군가의 아들, 아버지, 남편, 친구입니다. 멀쩡하게 집을 나섰던 내 가족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면, 그래도 이게 남의 일인가요.
산재 사망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때문입니다. 지난 5년 동안 (2013~2017)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구속된 사업주는 단 한 명입니다. 대신 80% 이상이 평균 432만원 벌금으로 때웠습니다. 이러니 사업주 입장에선 안전에 투자하는 건 불필요한 비용일겁니다. 차라리 벌금을 무는 게 이득인 셈이죠. 생명보다 이윤을 앞에 놓는 천박한 자본주의 속성인데, 이 정도면 끔찍하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 재범률은 97%(2013~2017)에 달합니다. 일반 범죄 재범률과 비교하면 무려 2배나 높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처벌 기준이 헐렁하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강력하게 처벌했다면 올해 38명이 또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하청업체에게 집중된다는 것이죠. 흔히 말하는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구이 전철역 스크린도어에 끼어 숨진 김모씨,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망자 모두 하청업체 직원들입니다. 2011년부터 5년 동안 50대 기업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245명입니다. 이 가운데 하청업체 소속은 212명, 원청업체 33명에 비하면 6배 넘게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원청 관리자가 실형을 받은 경우 1건에 불과합니다. 절반 이상인 110건은 벌금형, 나머지 67건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거나 기소 유예됐습니다.
믿기시나요. 위험도 하청으로 넘기고, 책임도 하청이 떠안는 부조리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나온 게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안전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업주를 강하게 처벌하자는 것입니다. 생명보다 이윤을 먼저 따지는 부끄러움을 이제는 멈추자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정의당이 발의했지만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힘을 보태는 분위기입니다.
참고로 인구 10만 명 당 산재 사망자는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무려 25배나 높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이 세상 어떤 가치도 생명보다 우선하지 못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