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기자들]“이래서 집값 떨어지겠나…진단부터 잘못”

'규제의 역설'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인터뷰
  • 등록 2021-01-06 오전 6:00:00

    수정 2021-01-11 오후 7:30:20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규제가 매번 계속된다면 집값 잡기 어렵다. 이제 전 국민이 다 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약 4년간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집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잇단 수요억제식 정책의 학습효과로 수요자들은 정부의 규제를 오히려 상승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선한 의도로 만든 규제정책들이 부작용을 가져오는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 부동산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 전문가’인 최성락 동양미래대 경영학과 교수가 바라본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그는 4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신년인터뷰에서 “부동산시장에 대한 진단 자체가 잘못됐는데, 결과가 좋게 나올 리 있겠느냐”며 “이대로라면 더 심각한 규제의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규제의 역설’ 쓴 최성락 동양미래대학교 교수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현 정부 ‘규제의 역설’ 완전체”

최 교수는 정부의 법적 규제로 인한 현상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규제 전문가다.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심각한 역효과와 부작용을 초래한 세계 각국의 정책 사례를 총망라한 저서 ‘규제의 역설’은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뜨거운 이슈다. 최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다양한 나라에서 발생한 ‘규제의 역설’을 답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게 루마니아 사례다. 루마니아는 ‘1가구 1주택’을 실현해 94%의 자가 보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최 교수는 “1가구 1주택은 취업이나 학업을 위해 다른 도시로 이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실상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든 사람이 집을 갖게 되면 주거안정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더 이상 집 지을 필요가 없게 되면서 주택건설산업과 주택임대업은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1가구 1주택 원칙을 법제화하자는 움직임이 여당 중심으로 일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에 대해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도록 하고, 1가구가 1주택에서 살거나 보유하는 것을 원칙과 기본으로 하자는 선언적 법안일 뿐”이라고 말한다. 최 교수는 이와 관련 “우리나라에서 규제가 만들어지는 형식을 보면 처음에는 선언적 의미로 들어가는 케이스가 대부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처벌 규정으로 이어진다”면서 “추후에는 강제조항이 의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집값을 규제하는 부동산 정책의 역효과로 프랑스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파동’과 베네수엘라를 빈국으로 만든 ‘마진 30%룰’을 예로 들었다. 프랑스 대혁명 후 집권한 급진파 자코뱅당의 로베스 피에르는 우유값이 계속 올라 국민들이 힘들어하자 일정 가격 이상으로 우유를 파는 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시장에서 우유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우유값은 더욱 폭등했고 치즈 등 유제품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는 ‘마진 30%룰’이라는 포퓰리즘 정책을 도입했지만 3년 동안 무려 80%의 기업체가 사라졌다.

이러한 강압 조치와 비슷하게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도 분양가상한제가 다시 생겨나고 표준임대료 도입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분상제는 과거 시행 당시 주택이 성냥갑처럼 똑같아지고, 질이 낮아지는 등 부작용이 많았지만 정부가 이를 또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준임대료 전제조건은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는 전제 아래 바라봐야 하는 제도”라면서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정말 살고 싶은 집을 살 수 있느냐는 본질적 문제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규제의 역설’ 쓴 최성락 동양미래대학교 교수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부가 진단법 잘못 짚어…올해도 집값 안 내려갈 것”


최 교수는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규제의 역설이 생겨난 원인을 ‘정부의 진단 오류’에서 찾았다. 그는 “현재 (집값이 오르는) 문제는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아파트 같은 좋은 집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정부는 모든 문제를 다주택자, 투기꾼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진단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층수 제한 등을 묶어놓고 단순히 공공주택만 늘려서는 해결이 되기 어렵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공급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의사를 구분하는 방법은 병이 어떻게 발생했느냐를 정확히 진단하는지 여부”라면서 “진단만 되면 치료법은 매뉴얼화 돼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전셋값 불안이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난해 8월 도입한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꼽았다. 최 교수는 “전세계약을 4년(2+2) 보장해줬지만 4년 뒤에는 전셋값 부담은 더욱 커져 있을 것”이라면서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더 심하게 바꿔 놓았다”고 지적했다.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 세금 강화라는 고강도 규제가 올해 6월부터 적용되지만 매물이 쏟아지고 집값이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최 교수의 진단이다. 최 교수는 “강화된 세금을 피하고자 집을 내놓는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분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 현재로서는 집값이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최성락 교수는… △1969년생 충남 출생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박사 △Assist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한국규제학회 총무위원장 △現동양미래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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