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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과학과 진실은 타협하지 않는다

  • 등록 2021-02-01 오전 6:00:00

    수정 2021-02-01 오전 6:00: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우리는 과학과 진실을 존중하는 사회에 살고 있을까. 작년 11월 뉴스위크는 화이자(Pfizer)의 코로나 백신개발 이면의 일화를 소개했다. 트럼프 정부는 백신의 개발과 공급 전 과정을 압축해 민관협력으로 추진하는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rap Speed)’ 프로그램에 화이자의 mRNA 백신도 포함하여 개발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로 하였다. 이와 함께 펀드를 조성, 백신 연구개발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원하고자 했다. 하지만 화이자의 최고 경영자 앨버트 불라는 이를 거부했다.

“나는 우리 과학자들이 관료주의의 한계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랐다. 정부의 돈을 받으면 언제나 조건이 따라 붙는다. 그들은 보고를 원한다. 나는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나는 과학자들에게 백지 수표를 제시하여 외부로부터의 간섭과 감독을 벗어나 오로지 과학적 도전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했다. 나는 화이자가 정치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했다.”

과학이 정치를 비롯한 모든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올바른 성과를 제대로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날 세계는 정치적, 이념적으로 편향된 탈진실, 비과학과 맞서는 시험대에 놓여 있다. 우리도 과학적 합리성을 외면하여 심각한 갈등과 분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2008년 한미 FTA 체결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가 폭발했다. 당시 인터넷에는 광우병 관련 웹툰이 넘쳐났고, 공중파 방송의 다큐멘터리와 반대진영의 인사 및 연예인들까지 가세하여 거짓이 진실로 둔갑돼 가고 있었다. 광우병 바이러스, 유전자 변형 소고기를 섭취하면 한국인은 유전자 특성으로 발병률이 높고, 거의 100% 확률로 사망한다는 공포의 괴담이 전국을 휩쓸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19년 8월 김현종 국가안보실 차장은 “과거 한미 FTA가 체결되면 감기약이 10만 원으로 상승하고, 광우병 소고기가 유통되며, 스크린 쿼터 폐지로 우리 영화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라 밝혔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또한 과학과 진실을 외면한 채 논란이 증폭된 사례다. 레이더가 내뿜는 전자파가 불임이나 암을 유발하여 그 일대가 ‘죽음의 땅’이 되고 성주 참외는 유해 전자파로 ‘사드 참외’가 될 것이란 괴담까지 퍼졌다. 하지만 국방부와 환경부가 사드 부지 내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4개 지점 모두 전자파법이 규정한 인체보호 기준에 적합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소음 역시 50데시벨(dB) 안팎으로 2km 이상 떨어진 민가에는 사실상 영향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반대 단체들은 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침몰 원인이 군 잠수함과 충돌로 인한 것이란 끈질긴 주장이 허구임을 밝히기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 인양해야 했고, 최근에는 월성원전 1호기의 삼중수소 유해성이 원자력 관련 과학자들의 객관적 근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더욱 허탈한 것은 세월이 지나 진실이 밝혀져도 아무도 그것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을 바로 보는 힘, 즉 과학적 이해에 기반한 공감 능력, ‘사이언스 리터러시’ 역량을 키우는 길뿐이다. 이는 사회적 갈등해소를 위한 토론과 숙의의 필수 역량이고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배움과 훈련으로 꾸준히 형성되어야 한다. ‘사실(fact)이 아니면서 옳을 수 있을까’, ‘정치는 진실에 대한 요구에서 비켜나 있는가.’ 몇 년 전 프랑스 대입시험 바칼로레아에 출제된 자연계 논제들이 떠오른다. 뉴욕의 화이자 본사에 쓰인 문구도 떠오른다. ‘과학이 승리한다.(science will win)’,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사이언스 리터러시’와 함께 합리적 공론이 활발한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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