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ESG 경영=기업 체질개선…투명한 정보공개가 우선"

국내 첫 AI기반 ESG평가 지속가능발전소 윤덕찬 대표
"ESG, CSR과 같아…실적 대신 리스크 찾는다는 차이"
"환경·사회·지배구조 위험 찾아 체질 건강하게 하는 일"
"ESG 관련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개선도 가능해져"
  • 등록 2021-02-18 오전 6:31:00

    수정 2021-02-18 오전 6:31: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은 근본적으로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CSR이 퍼포먼스(실적)를 내세우는 것이라면 ESG는 리스크를 찾는 방식이죠. 기업들이 투명하게 SG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리스크를 찾아 개선하려 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윤덕찬 대표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기업들의 ESG 경영을 평가하는 지속가능발전소를 이끌고 있는 윤덕찬 대표는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ESG 평가 점수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들에게도 “외부 평가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신들의 투자 원칙에 맞게 이를 재가공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ESG 공시 기준을 서둘러 표준화해 투자자들이 ESG라는 비(非)재무적 평가를 재무지표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와의 일문일답.

-AI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 평가를 제공한다고.

△기존 ESG 평가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으로부터 받는 데이터소스를 기반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설문지를 주면 기업들이 이에 답하는 방식인데,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다우존스 지속가능지수(DJSI) 월드섹터에서 국내 3개사가 동시에 해당 산업에서 1등에 오른 일이 있었는데, 이들 3개사의 공통점은 동일한 글로벌 컨설팅사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는 것이다. 일종의 모범답안식 컨설팅을 받은 덕이었다. 이런 평가를 믿고 투자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우연히 빅데이터와 공공데이터를 알게 돼서 이를 공부하고 자격증을 땄고, 이를 접목해 ESG 평가를 하는 곳을 만들게 됐다.

-ESG 평가방법론을 표준화하자는 얘기가 있다.

△일찌감치 움직인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2016년에 지속가능사회구축(SDG)과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 달성이라는 의제를 내고 전략을 수립해 2018년에 구체적인 액션플랜까지 내놨다.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활동의 정의를 내리고 이쪽으로만 자금이 흘러가도록 자본흐름을 전환시키는 일을 해왔다. 그나마 빠져 있던 게 거버넌스(지배구조)인데, 이 역시 이미 투자 사이드에서 오랫동안 평가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보니 이를 추가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사실 ESG 평가의 핵심은 이미 정해져 있다. 또한 이를 잘하는 기관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평가방법론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평가방법론이 정립돼 있지 않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투자자들마다 투자의 목적이 다르고 자신들 만의 철학과 원칙이 있다 보니 (평가사가 준) 평가 결과를 다시 소팅하고 가중치를 달리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평가를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각 기업들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평가 결과를 재소팅하기 위해서는 잘 공개된 데이터들이 있어야 하며 거기서 리스크를 잘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해당 기업이 얼마 만큼의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지를 금융회사가 알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제 공시 기준을 표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표준화된 공시를 통해 ESG라는 비재무적 평가를 재무지표처럼 숫자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공시된 재무제표를 활용해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의 지표를 만들어 투자자가 선택해 투자지표로 활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PER에 근거해 투자하느냐, ROE를 중요시 하느냐는 투자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ESG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신경 쓰고 있고 컨설팅도 받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 때문이다. ESG 경영을 잘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도 굳이 평가사의 평가 항목에 맞춰서 지표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 이는 오히려 기업을 망치는 것이다. 평가에만 대응하면 안된다. ESG의 핵심도 사실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동일하다. 다만 CSR이 사회적 책임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퍼포먼스를 보는 관점이라면, ESG는 사회적 책임에 위배되는 문제점이 있는지 리스크를 찾아내서 이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그린워싱` 우려가 ESG 투자 확대의 발목을 잡는다고들 한다.

△그린워싱이 있지만, 이는 그린본드와 같은 채권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기준이 있고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데, 해당 기업이 이를 증명하지 못할 때 워싱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다른 의미의 그린워싱이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사회공헌 CSR 차원에서 하던 일을 ESG로 포장하는 일도 있다.

-ESG 평가를 받은 기업들이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투자자는 ESG 평가를 통해 자신이 투자하려는 기업에 ESG 관련한 리스크가 있는 지를 보려고 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ESG 평가에 있는 각 항목별로 중요한 이슈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또 이를 개선하려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ESG는 기업이 환경과 사회책임, 지배구조 관점에서 어떠한 위험이 있는 지를 미리 찾아내 회사의 체질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ESG 평가 점수에 만족하지 말고 이런 체질 개선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사들도 ESG에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하는데.

△한화자산운용처럼 아예 ESG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해서 자체 평가 기준을 만든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꼭 그런 전문가를 영입하진 않더라도 자체적인 평가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의 정책이 굉장히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2019년에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ESG 투자를 절반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펀드 운용사와 달리 연기금은 수 십년 간 자금을 운용한 뒤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만큼 그 오래 시간 동안 지속가능한 기업을 찾아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투자사들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 건 ESG 투자가 수익이 내기 시작한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장기 뿐 아니라 단기로도 ESG 평가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고, 그 때문에 투자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해외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ESG 역량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글로벌 평가를 인용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ESG 역량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미흡하긴 하다. 그러나 기업들은 금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 해외 선진국과의 갭을 빠르게 줄이려면 기업들이 투명하게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하면 된다. 그에 맞춰 데이터를 관리하고 자신들의 수준을 스스로 파악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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