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박일경의 바이오 돋보기]셀트리온·유한양행 ‘항체’ vs 녹십자·SK플라즈마 ‘혈장’…치료제 4파전

셀트리온 ‘CT-P59’ 글로벌 임상…영국 外 EU와도 협의
유한양행 “석달 전부터 항체치료제 공동개발” 깜짝 공개
GC녹십자 ‘GC5131A’ 2상 신청…이달 중순께 임상 착수
‘제약강자’ 거듭난 SK케미칼…플라즈마 ‘혈장치료제’ 추진
  • 등록 2020-08-01 오전 10:30:00

    수정 2020-08-01 오전 11:58:45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우리나라에서 임상 단계에 진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들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면서 관련 연구·개발(R&D)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는 ‘항체 치료제’와 ‘혈장 치료제’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진 상황이다.

셀트리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의 임상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1일 현재 셀트리온(068270)유한양행(000100)이 ‘항체’ 치료제로, GC녹십자(006280)SK(034730)플라즈마가 ‘혈장’ 치료제로 각자 승부수를 던진 `4파전` 양상을 띠며 사업화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혈장 치료제와 항체 치료제는 같은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 다른 약이다. 일단 혈장 안에 항체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혈장 치료제가 항체 치료제보다 넓은 개념이다.

셀트리온과 유한양행이 연구 중인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라는 특정 바이러스 하나에만 항원·항체 반응을 하는 치료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단일클론 항체를 찾기 위한 최적 후보군을 선정하는 과정이 필수다.

반면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가 분획 공정을 진행 중인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농축해 만든다. 단일 항체를 찾는 대신 완치자의 혈장 안에 수많은 항체들 가운데 코로나19에 반응하는 항체가 들어있기만 하면 치료제가 되는 방식이다.

항체 치료제·혈장 치료제 중 어떤 방법을 따른 치료제가 먼저 나올까. 가장 빨리 코로나19 치료제를 완성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어디일지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자료=셀트리온)


국내 첫 치료제 임상 진입…韓·英 ‘글로벌 임상’ 개시

지난달 17일 셀트리온은 질병관리본부와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 받고 1호 인체 임상에 돌입했다. CT-P59는 유전자 재조합 항체 치료제다. 충남대병원에서 건강한 사람 32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실시하고 있다. 승인 직후 피험자에게 첫 투여를 시작해 올해 3분기 내 시험을 마칠 계획이다.

특히 같은 달 29일(현지 시간)에는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CT-P59에 관한 임상시험계획을 허가하면서 현지 환자 모집을 개시했다. 영국 임상 1상은 코로나19 경증환자 상대로 CT-P59의 바이러스 중화 효능과 약효 등 약물 유효성 초기 지표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영국 임상 1상 이후 글로벌 임상 2·3상을 통해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총 2개의 임상을 추진하면서 올 연말까지 중간 결과를 도출한다. 밀접 접촉자에 대한 예방 임상 또한 연내 착수해 내년 1분기까지 결과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광역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셀트리온 제2공장 전경. (사진=셀트리온)


영국 이외 유럽연합(EU) 다른 국가들과도 면밀히 협의하며 글로벌 임상 2·3상을 설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내년 CT-P59 개발이 완료 되는대로 즉시 대량 공급이 가능하도록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기존 제품 재고와 생산계획 등을 종합 고려해 CT-P59 공급 분을 감안한 내년도 송도공장 생산용량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상준 셀트리온 수석부사장 겸 임상개발본부장은 “건강인 대상 국내 임상 1상과 경증환자 대상의 영국 임상 1상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글로벌 대규모 임상 2·3상까지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광고 심의 30년사(史). (자료=한국제약바이오협회)


‘100년 전통’ 한국 최초 제약사…다크호스 `급부상`

최근 유한양행은 지난 5월부터 앱클론(174900)과 손잡고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깜짝 공개했다. 항체 기반 치료제 전문기업 앱클론은 초기 항체 후보물질 20종을 발굴하고, 최적화 과정을 거쳐 최종 항체신약 후보를 추렸다.

이 항체는 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한 S형뿐 아니라 미국·유럽 그리고 국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는 G형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동등한 중화능력을 확인했다. 중화항체 신약 후보물질은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무력화시켜 빠른 변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1926년 6월 한국 최초로 설립된 제약회사 유한양행은 100년 가까이 축적된 국내외 임상 개발 능력과 상업화 역량을 토대로 앱클론 항체 치료제 전임상 평가부터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 글로벌 임상 디자인 및 수행을 주도할 계획이다.

양사는 경험 많은 연구 개발자들로 ‘태스크 포스 팀(TFT)’을 꾸려 세포주(株), 비임상·임상 시료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동종 업계 간 기술·자원을 공유하고 신속하고 차별화된 치료제 개발로 전 세계 위기 속 또 한 번 국민 건강, 나아가 인류 보건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북 안동 바이오산업단지에 소재한 SK플라즈마 안동공장 전경. (사진=SK케미칼)


‘2상 직행’ 혈장치료제…임상착수 땐 가장 빠른 진도

지난달 29일 GC녹십자는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GC5131A’의 임상 2상 임상시험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식약처는 혈장 치료제 ‘GC5131A’ 임상 신청 접수 즉시 신속 심사를 통해 15일 이내 승인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달 중순께 2상 시험에 착수할 전망이다. GC녹십자는 임상 1상을 면제받고 곧바로 2상으로 직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상 시험 목적은 약물의 적정 용량을 설정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탐색하는 일이다.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중앙대병원·고대안산병원·충남대병원 등 총 5개의 병원에서 피시험자 60명을 상대로 시행된다.

GC5131A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 즉 혈액의 액체성분 속에 포함된 다양한 유효 면역 항체를 추출·제조하는 고(高)면역 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이다. 일반 혈장을 활용해 상용화된 동일제제 약품들과 작용 기전 및 생산 방법이 같아 코로나19 치료제 파이프라인 가운데 사업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평가받고 있다. 실제 혈장 치료제는 약물 재창출을 제외하면 임상 2상 단계부터 시작한다.

GC녹십자 충북 청주시 오창공장에서 혈장 분획 공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GC녹십자)


이미 GC녹십자는 지난달 18일 충북 청주시 오창공장에서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GC5131A’의 임상시험용 제품 생산을 개시해 십여 일 만에 임상시험용 제제 생산을 완료한 상태다. GC녹십자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인 오창공장은 연간 140만ℓ 규모의 혈장을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선제적으로 2배 증설한 오창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 GC녹십자 의학본부장은 “임상적 투여 외에도 ‘치료 목적 사용’ 등 빠른 시일 GC5131A를 의료 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신종 전염병 치료제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SK케미칼에서 2015년 분사한 혈액제제 전문기업 SK플라즈마 역시 코로나19 치료용 혈액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을 원료로 생산되는 의약품이다. SK플라즈마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확보한 혈장의 유효성·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혈장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SK플라즈마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코로나19 면역 단백질만 분리해 치료제로 생산하는 ‘면역 글로불린’ 제제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코로나19 항체를 지닌 면역 글로불린 제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만을 표적으로 삼아 우수한 치료 효능을 나타낼 수 있다. 특히 기존 면역 글로불린 제조 라인에서 즉각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경북 안동 바이오산업단지에 위치한 SK플라즈마 안동공장은 연(年) 60만ℓ 규모의 혈액제제를 생산하는 최첨단 생산시설이다. 지난 2018년 10월부터 본격 가동 중인 SK플라즈마 안동공장은 전 공정에 중앙 원격제어 시스템과 자동 세척장치 등을 도입해 동급 공장 대비 뛰어난 안전성과 효율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혈액제제 생산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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