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수십억원 계약 결정…넷플릭스 성공 비결은 '무규칙'

규칙없음
리드 헤이스팅스 외│468쪽│알에이치코리아
  • 등록 2020-09-23 오전 6:00:00

    수정 2020-09-2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수십억원 짜리 계약서에 회사 대표의 결정 없이 직원이 직접 사인을 하는 회사가 있을까. 심지어 정해진 출·퇴근 규정이나 절차도 없고 휴가와 경비에 관한 규정이나 결재 승인 절차도 없이 스스로 결정한다. 말 그대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 어떤 규칙도 없는 것이다.

아무 규칙이 없는 이 기업은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기업’ 1위에 오른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이미 많이 알려졌듯 1997년 우편으로 DVD를 빌려주는 회사로 시작했다. 2020년 현재 넷플릭스는 한국을 포함해 190여개국 전 세계인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연간 수조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최근 출간한 책 ‘규칙없음’에서 “규칙이 없다는 게 넷플릭스의 규칙이다. 자유와 책임이야말로 넷플릭스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원동력”이라고 성공 비결을 밝혔다. 헤이스팅스와 함께 책을 쓴 에린 마이어 교수는 2년여 동안 200명이 넘는 넷플릭스 전·현직 직원을 인터뷰하며 ‘좀 이상한’ 그 문화를 분석했다.

규정이나 절차가 없는 상태로 기업의 제대로 된 운영이 가능한지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또 자유로움을 악용하는 직원이 생기지 않을까 의심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 넷플릭스는 일반적 결재 시스템을 갖췄을 때와 비교해 경비가 10%가량 늘었다고 한다. 헤이스팅스는 이 정도는 규정이 없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헤이스팅스도 처음부터 직원들이 마음껏 창의성과 혁신을 펼칠 수 있는 기업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처음 설립했던 ‘퓨어 소프트웨어’에서 경험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넷플릭스에서 지나친 규정과 통제는 피했다. 그럼에도 초기 넷플릭스를 회상하면서 헤이스팅스는 “특별히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1년 봄 인터넷 버블이 꺼지고 위기를 겪으면서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닷컴 기업이 사라졌다. 벤처 자금줄이 끊기면서 넷플릭스는 수익을 내기는커녕 사업을 지속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결국 그는 업무 의욕이 낮던 직원의 3분의 1을 해고했다. 놀랍게도 업무는 늘었지만 사무실은 열정과 에너지, 아이디어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때 헤이스팅스는 “직원의 열의와 리더의 책임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며 “직원수가 많은 것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인재 밀도를 높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높은 인재 밀도는 직원들의 자유로 이어졌다. 헤이스팅스는 처음엔 직원에게 휴가를 가고 싶은 대로 가라고 하면 하늘이 무너질 줄 알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사람들의 만족도가 조금 올라간 것과 3주 연속 주당 80시간씩 일한 뒤 브라질 야노마니 부족을 찾아가는 특이한 직원들이 있다는 정도였다. 이미 직원들은 스스로 생활을 통제하면서 성과를 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 또 회사에 솔직한 문화가 정착됐기에 누군가 제도를 역이용하거나 주어진 자유를 남용하면 주변 사람이 이를 지적해 상황을 바로 잡았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헤이스팅스는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넷플릭스에서는 매니저가 마뜩잖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떠민다. 헤이스팅스는 그 덕에 기업공개(IPO)당시 1달러였던 넷플릭스 주가가 17년이 지난 2019년 350달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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