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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남훈 경기도 기본소득위원장② "기본소득 효과는…"

재난지원금으로 기본소득 효과 검증…지표로도 확인
경기도 비판했지만, 서초구 기본소득 실험은 좋은 일
지자체별 산발적인 기본소득, 통합하는 게 바람직해
  • 등록 2020-10-24 오전 10:25:00

    수정 2020-10-24 오전 10:38:32

[이데일리 이정훈 양지윤 기자] 잇달아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실험이 등장하면서 기본소득은 우리에게도 이제 낯익은 개념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이 가져올 정책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는 전문가들도 여전하고, 지방자치단체장 중에서도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정동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인터뷰를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강남훈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공동위원장


-원점으로 돌아와 기본소득 자체에 별 효과가 없다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실제 북유럽에서도 이미 실패한 실험 아니냐는 주장도 있구요.

△글쎄요. 사실 코로나19 국면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그 정책적 효과는 이미 확인된 것 아닌가요. 일부에서는 효과가 미미했다는 주장도 하지만, 이는 통계를 잘못 해석한 겁니다. 실제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에 소비나 생산이 모두 플러스로 돌아서는 게 지표상으로 확인됩니다. 흥미로운 건, 정부가 1차와 3차 추경으로 경제나 기업 지원에 46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썼지만 그 직후 소비나 생산지표는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차 추경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난 뒤 6월에 지표가 살아났죠. 특히 사용 시한이 정해져 있는 지역화폐와 연계해서 지급하는 방식을 쓴 덕에 골목상권이나 지역 상인들에게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중에 기본소득이 전국적으로 도입될 때 일정 기간 내에 소진해야 하는 지역화폐와 연계할 수도 있을까요.

△못할 것도 없죠. 물론 중앙정부가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사용처를 제약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돈으로 빚도 갚고 공과금도 내게 해야 하는 것이죠. 다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액수가 크지 않을 경우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역화폐로 줄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기본소득을 매달 10만원 지급한다면 동네에서 지역화폐로 쓰도록 할 수 있을 거구요. 만약 월 30만원이라면 현금 20만원과 지역화폐 10만원 정도로 나눠 지급할 수도 있겠죠. 아울러 목적세 신설로 증세를 해야 하고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얻으려면 지역화폐로 주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이재명 지사의 청년수당을 비판하면서 제대로 정책 검증도 없었다고 비판했는데요. 그런가요.

△정책 검증은 이미 이 지사가 성남시장일 때 (청년배당으로) 다 했던 것이죠. 청년 만족도 있었지만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가가 더 뚜렷했습니다. 정치하는 분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욕하는 것에 대해 일일이 코멘트할 필요는 없구요. 서초구가 기본소득 실험을 하겠다고 한 것은 잘하는 것입니다. 부자 동네에서 실험하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이구요. 그 덕에 분위기가 달라졌으면 좋겠구요. 보수 정당에 속한 지자체장이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는 건 좋은 일이죠.

-경기도는 물론이고 성남시와 서울시 등도 유사한 기본소득 성격의 현금복지를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지자체들이 산발적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건 어떻게 보시나요.

△궁극적으로는 전 국민 기본소득으로 통합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죠. 앞서 얘기한대로 일정한 예산이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사각지대를 메우는 게 좋을 수 있죠. 그러나 예산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면 기본소득 형태로 더 큰 예산을 확보하는 게 나을 수 있죠.

-기본소득을 저소득층 위주로 할 수 없나요.

△그건 쉽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많이 줄 수 없구요. 왜냐하면 소득 기준을 나누기가 애매하구요. 자칫 그렇게 나눠서 기본소득을 많이 지원하면 시장 질서가 흔들리고 맙니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우리 국민들 가운데 연 소득이 1억5400만원이 상위 99%이고 100%는 14억7000만원으로 차이가 엄청 큰데요. 반대로 소득 하위는 소득이 아주 좁게 붙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소득 하위에서 일정 금액으로 나눠 현금을 지원하면 소득이 더 낮은 분위에 있는 사람들의 실 소득이 더 높은 분위 사람을 앞지르게 됩니다. 그러면 시장경제가 흔들리는 거죠. 그런 불공정이 생겨서 많이 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에도 14조원으로 전 국민에 100만원씩 주지 말고 소득하위 50%에 200만원씩 주자고들 했는데, 이런 논리를 몰랐던 것이죠. 결국 선별적으로 지원할수록 적게 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국가 재정에 관한 한 기획재정부가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요.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그런 재정 매파들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을텐데요.

△관료들을 제대로 통솔해야 하는 문제가 있을 겁니다.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는 기재부가 아니라 국민과 국회가 정하는 것이죠. 관료가 정하도록 놔둬선 안 됩니다. 지금까지 예산 편성권이라는 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선출된 정치인을 무능하게 만들어버린 게 기재부 관료들인데요. 그들을 제대로 통솔할 수 있는 힘을 정치인들에게 줘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바라는대로 재정의 우선순위를 잡아야 하구요. 지금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는 서민경제를 살리는 것이야 합니다. 재정 매파인 기재부가 가진 미신은 깨야 합니다. 현재 경제가 무너지고 나면 미래도 없는 겁니다. 재정을 풀어서라도 올해 경제 성장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내년에는 세수가 더 들어오게 됩니다. 기재부는 당장 눈앞의 재정만 보고 있습니다.

-지금 기본소득 논의가 보수 정당에서도 나오다보니 경쟁적으로 진보진영이 더 강한 기본소득을 도입하려 하고, 이로 인해 재정 건전성은 뒷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저는 국민들이 원하는 걸 하는 게 정치라고 봅니다. 어떤 민주주주의도 국민들이 싫어하는 걸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기본소득이 포퓰리즘이라고도 하는데, 단기적으로 이득이 되고 장기적으로 나라에 손해가 되거나 일부 또는 자기 유권자에게만 이득이 되는 것들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이죠. 기본소득이 과연 나라에 해가 될 것이냐를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그게 도움이 된다면 바람직한 선의의 경쟁이고, 도움이 안 된다면 포퓰리즘이겠죠. 이는 따져 봐야 합니다.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를 이끌고 있으니. 향후 경기도의 기본소득 정책은 어떻게 갈 건가요.

△큰 스케줄은 농민기본소득과 농촌기본소득 실험을 내년부터 하겠다는 겁니다. 도 내에서 한 군데 면 단위 지역을 선정해 2년간 기본소득을 지급할 겁니다. 도 내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빨라 소멸 위험이 큰 곳이요. 농사를 짓든 안 짓든 모든 주민에게 지급하려고 합니다. 다만 면 단위라서 재정 부담은 크지 않을 거구요. 인구소멸지역이라 5000명 정도가 대상이 될 것 같아요. 공모로 실험 신청을 받을 겁니다. 조례가 통과돼 시행되면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기본소득이 소멸지역을 살릴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참고자료가 될 겁니다. 인당 월 10만원를 지급할 수 있구요. 인구가 적으면 더 줄 수도 있지만, 얼마 줄지는 도의회와 상의해서 조례로 정하게 됩니다. 아울러 농민기본소득은 몇 개 시를 선정해서 도에서 재정의 반을 대고, 시나 군에서 반 부담하게 됩니다. 4곳 정도가 선정될 것 같습니다. 농업으로 돈을 벌고 기본소득도 받게 되면 주거도 안정되고 인구도 늘어날 겁니다. 독일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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