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정보 삭제까지 의무화?…거꾸로 가는 개인정보법 개정 우려

가명정보 삭제 의무화는 데이터법 입법 취지에 반해
개인정보위 옥상옥 되나…활용 컨트롤 타워는 부재
개인정보위, 가명정보 삭제 필요 입장 여전
  • 등록 2021-04-04 오전 11:31:41

    수정 2021-04-04 오후 9:29:1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을 추진하면서 가명정보(그 자체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까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파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다.

가명정보는 그 자체로 개인임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료인 ‘데이터’ 사용을 무조건 막는 게 아니라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맞춰 미래 산업을 키우기 위해 도입됐다. 2020년 1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범후 개인정보위가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을 추진하면서 가명정보 삭제까지 의무화하는 일을 추진하자, 업계와 학계의 우려가 크다.



지난 1일 (사)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회장 이성엽 고려대 교수),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영 의원(국민의힘),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가 공동으로 주최한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에 대한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가명정보의 활용을 저해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조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가명정보 삭제 의무화는 데이터법 입법 취지에 반해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데이터 3법 통과로 이제는 데이터 시대에 맞는 뭔가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면서 “(지난해 1월 통과된 법은) 가명정보를 개인정보와 결합할 때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면 처벌 규정을 강화하면서도 가명정보 자체 활용에 대한 유연성은 강화됐다”고 상기했다.

실제로 2020년 법 개정때에는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임을 알 수 없는 가명정보의 개념을 만들고, 이는 개인 동의 없이 쓸 수 있게 했다.

손 교수는 “당시 가명정보는 파기 대상이 아니었는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파기 의무를 뒀다”면서 “(당시 데이터3법) 도입 취지를 다시 퇴색시키는 것이다. 원래 입법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개인정보위 옥상옥 되나…활용 컨트롤 타워는 부재

기업들도 공감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데이터3법 통과 이후 가명정보를 결합한 사례가 없음에도 개인정보위는 가명정보 파기 의무화나 개인정보관리전문기관 설립 등 옥상옥을 만드는 쪽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려 한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보호는 개보위에서 하는 반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컨트롤 타워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다가 다시 과도한 데이터 규제만 남게될 까 걱정된다.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데이터기본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데이터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보호뿐 아니라 활용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국가데이터전략위원회’가 만들어진다.

산업연구원(KIET, 원장 장지상)이 최근 발표한 ‘기업의 AI 도입 및 활용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도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있다.

보고서에서 기업들은 AI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로 시장의 불확실성(47.7%)에 이어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자료 사용에 관한 법(28.2%)을 두번 째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개인정보위, 가명정보 삭제 필요 입장 여전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는 가명정보 삭제 등 개정안 조문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병남 개인정보보호위 과장은 “기업이 가명정보 보유기간을 정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가명정보 파기 조항은 이미 신용정보법에 있어 정합성 문제가 있고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과 관련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어 그렇다. 파기 조항은 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가명정보 파기 규제, 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이 아닌 전체 매출액의 3%로 과징금을 한 문제 등은 국회에서도 충분한 논의 시간이 있으니 가급적이면 산업계의 걱정도 담아 개정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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