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에 대한 계좌 발급을 허용하면 은행들의 고유권한을 줄이고, 고객 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당국과 업계는 보고 있다. ‘수신 계좌’를 둘러싼 사실상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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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오는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을 주제로 첫번째 워킹그룹(실무) 회의를 열고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을 빅테크·핀테크는 물론 카드사·보험사 등 비은행권에 도입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이는 지난 2020년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안건이다. 다만 당시엔 핀테크 등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도입을 추진했다.
종지업은 비은행도 독자적으로 ‘지급 계좌’를 발급·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다. 고객 돈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행법상 비은행은 단독으로 계좌를 발급할 수 없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협업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플레이어 없이도 경쟁체제 돌입 가능
TF가 종지업을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은 종지업자가 지급결제 시장에서 ‘메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은행에 계좌 발급 권한을 부여하더라도 법적으로 ‘수신(예금) 계좌’는 아니다. 고객이 보관하는 돈에 이자를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급 계좌로서 ‘리워드’(일종의 포인트)와 같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사실상 예금 계좌에 버금가는 서비스인 것이다. 새로운 플레이어(종지업자)들이 시장에 참여하면 고객 확보 차원에서의 금리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여신금융협회장이던 2021년 카드업계에도 종지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운 점도 재부각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핀테크 회사에만 종지업 도입을 추진했으나 김 전 협회장이 움직이며 카드사로까지 검토 대상이 확대됐다.
‘새로운 메기’ 없이 기존 플레이어로 메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종지업 도입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신규 플레이어 진입만이 (은행 과점 체계 해소의)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더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을 살피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종지업 도입을 위해선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미 국회엔 이를 위한 전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1년 11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을 담은 전금법 개정안을 내놨다. 김 의원은 개정안에서 금융위가 지정하면 종지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은행권과 한국은행 반발이 예상되는 점은 난관으로 지목된다. 종지업은 비은행에 금융결제원 망 이용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은행이 출자해 만든 망인 만큼 은행권은 망 이용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 금융결제원 감독권을 놓고 한국은행과 금융위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첫 워킹그룹 회의에서 결론을 내긴 어렵다”며 “여러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TF는 2일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논의를 시작해 △금리체계 개선 방안 △금융권 보수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등 6개 검토과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오는 6월 말까지 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