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막았지만 갈등은 더 커졌다…美, 중국에 데드라인 통보

美, 한달내 합의 안하면 모든 제품에 고율 관세 통보
관세 인상으로 미국내 제품가격 인상 불가피
CNBC "중국 제품 관세 인상 결국 미국 소비자가 부담"
美 저물가로 타격 상쇄..중국 수출가격 인하압박↑
류허 中부총리 "정상적인 갈등…대화 이어나갈 것"
  • 등록 2019-05-11 오전 10:05:27

    수정 2019-05-11 오전 10:27:01

△ 4월 4일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류허(왼쪽) 중국 부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파국은 막았지만 갈등은 더 커졌다.

미국이 중국에 한 달 안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사실상몯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양측이 모두 대화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일단 협상의 판이 깨지는 것은 막았지만 타결까지는 안갯속이다. .

◇“한 달 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全수입품 25% 관세 부과”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9~10일 이틀간 진행된 무역협상에서 미국 관리들이 중국 협상단 대표인 류허 중국 부총리에게 3~4주 안에 합의를 하지 않으면 추가로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2500억달러 어치에 25%를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 중 2000억달러는 미·중 무역협상에 따라 일시적으로 유예한 것이었으나 미국은 중국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지난 10일 오전 0시 1분을 기점으로 다시 관세율을 인상한 것이다. 여기에 아직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는 3250억달러에 대해서도 협상 여부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중국의 대미 상품수출액은 5395억 340만달러다. 3250억달러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25%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무역협상이 끝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사이는 아주 강력하며 미래에 대한 대화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중국과의 향후 협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중국에 부과한) 관세가 철폐될 수도 있고, 존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속회담 일정 미정…中 대응 ‘관건’

미국이 ‘데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공은 중국에 넘어갔다. 미국과 중국은 베이징에서 추가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했지만 후속 회담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

류 부총리는 이전과 달리 이번 방문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지위를 달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에서는 류 부총리의 협상권한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측의 요구에 중국이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추후 회담 일정을 바로 잡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류 부총리는 중국 기자단에 이같은 갈등은 협상 과정에서의 정상적인 충돌이라며 대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1차 관문은 이미 부과된 2000억달러 어치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에 대한 중국의 대응수위다. 앞서 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반격을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새로운 관세율은 중국에서 미국시간 10일 오전 0시 1분, 중국시간 10일 오후 2시 1분께 출발한 중국산 화물이 실제 미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추가관세가 부과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만약 중국이 예고한 대로 보복조치에 나선다면 협상은 강대강(强對强)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9일 사설에서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기업의 손실을 지원하는 등 중국은 미국보다 물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산 농산물과 항공기 등에 대한 수입 금지 카드도 언급했다.

반면 중국 측의 대응 조치가 미비한 수준이거나 나오지 않는다면 협상 타결에 대한 강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얼마나 가져오느냐 역시 핵심 변수다. 미국은 중국에 시장 개방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행사항을 합의문에 명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패널티를 감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산업보조금 철폐 등은 최첨단기술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자는 ‘중국제도 2025’ 방향 자체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전 대비하는 美…트럼프 “농가 지원해라”

미국은 ‘장기전’마저 불사하는 모양새다. 소니 퍼듀 미국 농무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농가 지원 계획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협상이 불발될 경우, 중국으로부터 받는 관세로 미국 정부가 직접 농산물을 사서 미국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에 따라 중국이 미국에 내는 관세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1000억달러라는 관세가 실제로 들어올지조차 불투명하며, 중국산 수입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결국 미국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내수시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미국으로서는 물가 상승로 인한 소비자의 구매 여력 하락은 경제에 큰 타격이다. CNBC는 “중국이 내는 관세는 결국 수입업자, 도매업자, 소매업자, 궁극적으로는 상품을 구입하는 미국 소비자의 부담이다”고 꼬집었다.

다만 최근 미국 경기의 호황에도 낮은 물가상승률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을 줄이는 덕목이다. 10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2.0%로 관세가 발동되기 이전인 2018년 6월(2.9%)보다 낮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에 대해 ‘가격 탄력성’을 원인으로 꼽았다. 통상 관세가 올라가면 상품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격이 올라간 중국 제품을 대신할 다른 제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이같은 관세 인상분이 상품가격 인상으로 전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생산자물가는 4.7%에서 0.9%로 떨어졌다. 이 기간 달러·위안 환율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생산자들이 상당한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유럽의 싱크탱크 에콘폴 유럽(EconPol Europe)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500억달러 어치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는 4.5% 상승에 그치는 반면 중국 생산자물가는 20.5%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타격이 중국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강경론은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농촌지역, 이른바 ‘팜 스테이트’ 출신인 척 그레슬리 상원 재무위원장(공화당·아이오와주)은 “트럼프는 나쁜 행동을 한 중국을 불러 협상 테이블에 앉힌 첫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조차 “이번 기회에 중국과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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