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 공개시스템 ‘구멍 숭숭’…중개사 탓만하는 정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또 ‘오류’ 확인
정부는 중개업자 ‘탓’…“수기입력 시 실수”
잘못된 정보, 시장 혼선 야기
  • 등록 2020-10-29 오전 6:00:00

    수정 2020-10-29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미영 김나리 기자] “거래 마치고 실거래가 신고를 했는데도 안 뜨는 경우가 있어요. 이유를 모르니까 ‘왜 안 뜨지’ 이상하게만 생각했는데, 우리 일이야 신고하면 끝이니까 이후엔 구청이나 국토교통부에서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했죠.”(서울 서초구 내곡동 N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구멍’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서울 서초구 내곡 공공주택지구 일대에서 6년 동안 119건에 달하는 아파트 실거래 신고가 누락된 사실이 지자체의 전수조사로 드러났다. 각 지자체별로 관리하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 국토부 통합으로 바뀌면서 실제 거래가 이뤄졌음에도 공개되지 않은 실거래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실거래가 시스템이 오히려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단 지적이다.

서초더샵포레 전경(사진=네이버 부동산)
국토부 “중개업자 잘못” vs 중개사 “시스템 엉망”

서초구청은 최근 내곡지구 아파트 실거래 공개 정보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실거래 정보가 누락됐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이 결과 상당수의 실거래 자료가 미공개된 사실을 확인했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내곡동 ·신원동에 있는 서초더샵포레, 서초포레스타 2·3·5·6·7단지, 힐스테이트서초젠트리스 아파트 실거래 119건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표출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거래가가 누락된 아파트의 경우 일반 지번을 받지 않고 분양 당시 특수 지번인 블록 주소를 그대로 써왔다”면서 “실거래 시스템 등록과정에서 공인중개사들이 일반 지번을 쓰는 자리에 실수로 잘못된 블록 지번을 입력해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예컨대 서초포레스타2단지의 경우 지번 주소가 ‘내곡동 내곡지구 2블록’으로만 돼 있는데, 중개사들이 지번을 쓸 때 ‘2’만 적는 등 부정확한 정보를 입력해 오류가 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사는 “직접 모든 주소를 수기로 적어온 고령의 중개사들은 새로운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할 때가 있긴 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모두 중개사 탓으로 돌리고, 시스템을 쉽게 개선하지 않는 건 문제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중개사는 “과거 지자체가 할 때는 (공인중개사가) 직접 입력한 것들도 모두 공개를 했는데, 지금은 통합시스템 입력방식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공개가 안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실거래가 등록을 했다는 ‘필증’이 나오기 때문에 중개사들은 문제가 있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소연했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오류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경기 수원 팔달구의 ‘수원역 푸르지오자이’ 아파트단지 분양권 매매 거래 건이 7개월간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역시 주민들의 신고로 국토부가 조사해보니 거래 누락 건수가 371건에 달했다. 지난해 1월부터 7월말까지 누적된 분양권 거래량이 130건에 불과했으나 누락된 거래 건을 모두 정정하고 나니 거래량이 501건으로 급증했다.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선 해당 연도에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평균 10% 이상의 실거래 정보가 제외됐으며 제주도에선 누락율이 40%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전체 거래량 중 일부라 해도…“계속되면 시장에 혼선”

정부에서도 이러한 ‘오류’가 계속되고 있단 점을 인정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개사들이 거래 주소 등 내역을 직접 입력하지 못하게 막으니 반발이 커 수기입력을 허용했는데, 그러다 보니 지번을 잘못 적는 실수가 일어나 누락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소가 맞아떨어지지 않아 표출되지 않은 실거래 건은 감정원이 일일이 확인해 수정하지만 놓치는 사례들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거래신고 누락은 정보의 왜곡을 낳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한 온라인 까페엔 “최근 내곡동에서 누락된 고가아파트 거래들이 대거 등록되고 있는데 등록이 다 끝나면 시세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며 “(알려진 시세보다 저렴한) 현재가 최고의 매수 타이밍”이란 호도 글이 올라왔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국토부 실거래가는 부동산 시장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라며 “누락될 경우 사람들이 시장에 대해 정확한 거래 가격을 파악하기가 어렵고 전체 시장 파악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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