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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日재판관의 쓴소리…"징용문제는 인권문제, 대국적 결단해야"

니이무라 마사토시 전 도쿄고등재판소 재판관
피해자에 대한 구제 필요성이 있을 때
장애물로 이를 포기하는 것은 안이한 결론
관민 일체돼 다시 한 번 보상 나서야
  • 등록 2020-10-30 오전 6:00:00

    수정 2020-10-30 오전 9:34:16

니이무라 마사토 전 도쿄고등재판장이 지난 2013년 6월 30일 일본 아키타현 오다테시에서 하나오카 사건 추모식에서 ‘중국순열열사 위령비’ 앞에 헌화하고 있다.[사진=Spc.jst.go.jp 홈페이지 캡처]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전후 중국인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기업의 사과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계기를 연 ‘하나오카 사건’의 담당 판사가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을 대국적 시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30일은 한일 관계 악화의 기폭제가 된 한국 대법원의 징용판결이 나온 지 만 2년이 되는 시점이다. 니이무라 마사토 전 일본 도쿄고등재판소 재판관의 조언은 2년이 지나도록 답보 상태를 유지하는 한일 관계에 여전히 유효해 이데일리가 취재해 뒤늦게 소개한다.

니이무라 전 재판관은 2019년 2월 일본 월간지 ‘세카이’(세계) 기고문에서 “피해 사실이 있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만 큰 장애물이 있을 경우, 판사는 장애물을 넘어서는 안 된다며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안이한 결론”이라며 “이번 한국 대법원 판결을 폭거라고 비난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장애물이 있을 때, 이를 돌파하기 위한 이론을 구성하거나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우회하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오카의 화해가 후자였다면, 한국 대법원 판결은 전자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이무라 전 재판관은 1995년 일본 아키타현 오다테시 ‘하나오카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한 중국인 피해자들이 가지마건설(옛 가지마구미)을 대상으로 제기한 재판을 맡아 이를 화해로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이 재판에서 당시 일본정부는 중국은 1972년 일중 공동선언으로 중국정부가 일본에 대한 전쟁 배상 청구를 포기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문제에 대한 ‘한국의 외교보호권’은 포기됐기 때문에 배상 청구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현재 입장과 똑같은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1심은 시효만료로 원고 패소판결이 났다. 그러나 도쿄고등재판소는 이 사건의 본질이 인권 침해라는 점에 주목해 기업에 화해를 끈질기게 권유했다. 2000년 가지마건설이 5억엔을 신탁금으로 내 희생자 위령비 건립 등에 사용한다는 내용의 화해가 성립됐다. 이후 2009년 니시마쓰건설과 2014년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이 중국인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화해했다.

니이무라 전 재판관은 한국 대법원 역시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봤다. 한일 양국은 그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 인식과 역행하는 판결을 내놓은 것에 대해 판사로서는 엄청난 심리적 갈등과 노력이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이번 판결은 행정부의 그간의 인식과는 별개로 “판사가 국민 개개인의 권리, 즉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깊은 배려와 경의를 보이며, 어떤 세력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가 군사독재정권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번 결정은 현대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행정부와 독립된 사법부의 독립적인 판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개인의 청구권을 국가 간 조약·협정에서 일방적으로 소멸시켜 재판상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인지,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법원이 판결 요지로 내세운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라는 주장은 일본 내 지식인은 물론, 일본정부 역시 견지하고 있었던 입장이라는 점 역시 강조했다. 일본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지만, 일본이 이에 응할 법률상 의무가 소멸됐다며 배상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니이무라 전 재판관은 “한국의 법원 판결이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개인의 인권 존중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토론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독일의 해결 방법, 가깝게는 일본 기업의 화해를 표본을 삼아, 관민이 일체가 돼 다시 한 번 전후 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런 차원에서 니이무라 전 재판관은 일본기업에게는 “책임감 있는 태도와 대국적 시각에서의 결단”을, 일본정부에게는 “대국적 시야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환경 조성을” 주문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거부하자 피고는 이들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해 현금화하는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 미쓰비시 등의 국내 자산 매각 서류가 공시송달돼 다음 달 효력을 발효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코 앞으로 다가온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타키자키 시게키 일본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전날 김정한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만나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현금화될 경우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 국장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 아래 “일본정부와 피고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29일 오전 이도훈 한반도본부장과 면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다키자키 국장은 외교부 당국자들을 만나 갈등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한중일 정상회의 등 한일관계 현안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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