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최근 첨단 반도체 분야 장비·부품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발표가 미국 요청에 응하겠다는 형식상 조치로 해석되는 만큼 업계에선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다소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오는 10월 대중 장비 수출 통제 유예를 연장시켜야 하는 만큼 중국 내 반도체 사업을 유지하는 데 리스크가 좀처럼 줄지 않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도 “(일본이) 최근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법 상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수위를 보고 이번 조치 세부사항을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네덜란드에 이어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요청에 형식적으로 동참한 정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일본 업체들이 미국이나 네덜란드처럼 최첨단 장비를 독점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이같은 수출 규제 법규정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7월께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정부도 올해 여름이 가기 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이 의회에 “국가 안보를 위해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제재 대상과 관련기업으로 중국과 ASML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제재 장비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와 일본으로부터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우리 기업들은 잇따라 나온 대중 규제안의 규제 강도가 예상보다 세지 않아 중국 내 사업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줄였다면서도 긴장을 늦추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에 반도체 생산 설비를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장비 수출 통제에 대한 예외를 적용하고 장비 수입 등을 1년간 허용했으나 그 기한이 오는 10월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겠다며 중국을 겨냥해 장비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우리 기업은 미국 제재에서 중국 기업과는 달리 예외적인 허가 절차를 받았으나 향후 미국의 개별 심사 방침에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 테스트·패키징(후공정)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