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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7언더파를 몰아치며 끝까지 추격한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2타 차로 제친 김아림은 나흘 내내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약 4억 3000만 원)다.
지난 2020년 12월 US 여자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김아림은 지난해 11월 롯데 챔피언십에 이어 3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했다. 한국 선수가 LPGA 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한 것은 2019년 지은희 이후 6년 만이다.
‘긍정 아이콘’…체력 훈련 및 구질 변화가 우승 요인
김아림은 ‘긍정 아이콘’으로 통한다. 국내 무대에서 활동할 때부터 늘 웃었고, 갤러리들을 향해 한 손을 배꼽에 대고 인사하는 모습 때문에 ‘스마일 장타퀸’으로 불렸다. 경기 중 자주 미소를 보이는 건 그만의 경기 루틴이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코다가 7m 버디를 기록하고 1타 차로 경기를 먼저 마쳤다. 뒷 조에서 경기한 김아림은 18번홀에서 코다와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트를 앞두고 슬며시 미소를 짓더니 이 버디를 집어넣으며 2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극적인 버디에 성공한 뒤 김아림은 왼 주먹을 허공으로 날리며 기뻐했고, 양희영 등 동료들의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김아림은 15번홀에서 공동 선두를 허용했을 땐 “계속 버디를 만들어내는 코다의 스코어를 즐기면서 경기에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코다가 1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추격했을 때도 “내가 한 홀 더 남았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코다가 18번홀 버디를 잡는 걸 보고 나도 버디를 넣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서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미국 올랜도로 돌아온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력 훈련에 더 집중했다”면서 “페이드 구질(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궤적)을 구사하기 시작한 게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고 부연했다.
김아림은 “선수 생활을 하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드로 구질을 주로 쳤다. 130야드(약 120m) 안쪽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고 판단해 페이드 구질을 치는 변화를 줬다”며 “아직 페이드 구질을 연마한 지 2주 밖에 되지 않아서 더 연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140야드(약 130m)와 6야드(약 5m) 거리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우리 선수들이 낯선 땅에서 쏟는 노력은 LPGA 투어 내 으뜸이다. 지난해 루키였던 임진희는 대회가 열리기 전 주말부터 대회 코스를 돌아본다. 코스 관리자가 월요 예선에 참가하는 선수라고 착각할 정도로 여느 LPGA 투어 선수들보다 먼저 대회장에 도착한다. ‘연습 그린에서 가장 많이 보는 선수는 한국 선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선수들은 3승을 합작하는데 그쳐 2011년(3승) 이후 시즌 최소 승수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6월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양희영이 ‘메이저 퀸’에 올랐고 9월 FM 챔피언십 유해란, 11월 롯데 챔피언십 김아림이 우승 소식을 전한 게 전부였다. 또 올해의 선수, 상금, 신인상,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고, 파리올림픽 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이번 김아림의 우승으로 LPGA 투어에서 주춤했던 한국여자골프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열린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골퍼들만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김아림 외에도 한국 선수들의 분전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승이 없던 고진영은 마지막 날 무려 7타를 줄여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김효주도 3타를 줄이고 공동 10위(8언더파 280타)로 ‘톱10’에 자리했다. 유해란은 공동 14위(5언더파 283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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