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신수는 3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1시간여에 걸쳐 텍사스와 FA 계약을 맺게 된 과정과 소감,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를 밝히는 자리를 가졌다.
추신수는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71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대박 FA 계약을 체결하고 13개월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는 한국 메이저리그 선수 중 최고의 금액이며 역대 메이저리그 외야수 FA로 따져봐도 총액 6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금액이다.
그래서인지 추신수의 표정도 여느 기자회견 때보다 더 밝아보였다. 목소리엔 더욱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추신수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와줘셔서 감사하다.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앞으로 받은 사랑 더욱 베풀며 살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다음은 추신수와 일문일답.
-역대 FA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온 소감은
▲애리조나 시간으로 새벽 1시반이었다. 계약 소식을 듣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며 13년동안 있었던 일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는데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었다. 13년이 5분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여기까지 오면서 이 정도까지 목표를 하고 온 것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라는 것, 그 무대에 뛸 수 있다는 것만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얻었다. 그러다보니 ‘했나’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정도로 믿어지지 않았다. 그 시간동안 가족이 많이 힘들었다. 눈물도 났다. 계약을 했기 때문에 또 다른 야구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과 비교해 출루율이 좋아졌다.
▲2스트라이크 되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다. 2스트라이크 전후에 항상 같은 타격자세로 었는데 1번 타자를 맡고 나서 달라졌다. 시애틀 소속일 때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2스트리이크 이후 의무적으로 타격자세를 바꿔야하는 룰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공을 더 많이 본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크다. 배트를 짧게 잡았다. 2스트라이크 이후 성적이 놀랄 정도로 좋았다. 그런 부분이 출루율이 좋아진 이유인 것 같다.
-아내 하원미씨가 화제다. 아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본다면
▲돈이야 가족을 위해 버는 거니까 돈으로 환산하긴 어렵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 건, 산후조리를 해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늘 기자회견에서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 올시즌은 만족스러운 해였나
▲100%만족은 없다. 3할도 치고 싶었는데 못했다. 개인적으로 돌아본다면 포스트시즌서 홈런도 치고, 졌지만 상대 팀으로 하여금 기억에 남는 게임도 했기 때문에 좋다. 기억에 남는 기록 중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300출루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팀 동료 조이 보토로부터 시즌 종료 한달을 남겨두고 한 팀에서 선수 둘이 모두 300출루한다는게 메이저리그 역사에 별로 없다는 것을 듣긴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감이 나더라. 제일 좋은 기록같고 보람있다.
-새 팀을 고르면서 가장 우선시했던 조건은
▲FA라는 걸 경험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선수들이 반이상이다. 내게 다시 이런 기회가 온다는 걸 장담하지 못하기때문에 진짜 원하는 팀에 가고 싶었다. 이기는 팀이 첫 조건이었고 그만큼 중요한 것도 가족이 얼마만큼 편안하게 사느냐였다. 그게 텍사스였다. 모든 면에서 잘 맞았고 텍사스도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마음 속에서 표현은 안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텍사스가 마음에 있었다.
-텍사스와 계약 전, 소문도 많았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월드시리즈가 끝나자마자 FA가 시작되는데 10팀 정도가 관심을 표현했다고 들었다. 누구나 관심은 있을 수 있는데 얼마만큼 계약 조건이 맞느냐가 중요했다. 그게 3팀 정도였다. 알려진대로 뉴욕 양키스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뛰어야하는 건 절대 아니다. 명문 구단이고 뛰고 싶은 꿈을 갖고 있었지만 마음에 가는 팀이 있었고 그런 오퍼를 받았을 때 노(no)도 하지 않았다. 오퍼를 받았을때 바로 답을 하는 선수는 없다. 누구다 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시간조차 없었다. 그 이후로 텍사스가 구체적인 조건으로 다가왔다.
-7년, 장기 계약을 맺게 됐다. 책임감을 더 느끼는지
▲텍사스 단장이 금액적인 건 몰라도 기간적인 건 조정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더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해주셨다. 부담은 있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내가 안고 가야할 고민이다. 내 스스로 잘 다스려야한다. 나름대로 마음을 잘 다스려서 하던대로만 하면 좋을 것 같다. 너무 잘하려다보니 안좋은 결과가 종종 나왔다.
▲시즌 전 중견수로 이동하면서 표현은 안했지만 굉장히 부담이 있었다. 수비연습을 하는게 별거 아닌것 같지만 스트레스를 받았다. 중견수로 잘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중견수보다는 못했을지 몰라도 처음한 것 치고 잘했다고 생각한다. 코너 외야수로 가는 건 중견수만큼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것도 해봤는데 못할 것 뭐 있겠냐는 자신감이 든다.
-대박 계약 원동력인 좌완 약점 극복, 그리고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하고 나서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인생에 있어 힘든 시기를 꼽으라면 왼손 투수 상대할 때가 세 손가락안에 든다. 반쪽자리 선수가 된다는 것이 싫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기술로 해결될 수 없는 정신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도 만나봤었고 좌완에게 잘치는 타자들에게도 조언을 구해봤는데 조언을 구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타석에서 내것을 가져가야하는데, 자신감이 안생기더라. 좌완이 공을 던지려고만 해도 나한테 공이 날아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들었다. 극복을 한 건 가족때문이었다. 겁을 먹고 물러서게되면 우리 가족은 바깥에 나가앉는다는 생각이들었다. 공이 잘 맞아나가기 시작하며 자신감이 생겼다. 좌완에게 못친다는 생각은 안한다. 야수 정면으로 간 타구도 많고 그런 편견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나아졌다.
-미국에 가기 전 투수로서도 재능이 많았는데, 그런 생각은 없었나
▲투수를 했었다면 똑같이 팔꿈치 수술을 했었을 것이고 메이저리그도 더 빨리 올라갈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레벨의 선수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워낙 나같은 투수는 많으니까 메이저리그에 빨리 올라간 것 외에는 지금보다 더 나아진 건 없었을 것 같다.
-새 팀, 텍사스에서 기대하는 부분은
▲기대되고 올스프링캠프가 기다려진다. 올해 신시내티에서 한 것처럼한다면 텍사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부분을 보고 7년 장기계약을 했던 것이다. 몸만 건강하다면 원하는 수치에 근접할 것 같다. 그 정도는 내 자신을 믿고 있다.
-신시내티에 좋은 타자들이 많다. 그들에게서 도움을 받은 부분은 무엇인가
▲신시내티엔 정말 인정받는 선수들이 많다. 내가 놀랐던 것은 경기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다는 것이다. 다음 날 투수, 모두 다 분석할 정도로 코치님이 말하지 않아도 개개인이 알아서 한다. 서로서로 정보도 공유한다. 그런 부분들이 놀랐다. 지는 팀들은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기는, 잘하는 팀은 이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가짐의 차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 그런 부분을 많이 배웠다. -올해 사구가 많았다. 안피하는 건가
▲많이 오해하시고 있는게 있는데 나는 타석에 바짝 붙진 않는다. 비디오도 많이 보고 심판들에게도 물어보는데 상대 선수들도 먼저 이야기한다. 바짝 붙는 것도 아닌데 왜 맞느냐고. 다만 나는 안피할 뿐이다. 이미 나에대한 분석은 다 돼있다. 내가 그것때문에 스탠스를 바꾼다면 잘치는 코스마저 흐트러진다. 부러지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맞을 준비가 돼있다.
-일본선수들도 리그에 많다
▲다르빗슈는 메이저에서도 톱클래스 선수다. 그런 좋은 선수들 투수대 차자로 안만나는건 좋다. 이젠 팀 동료이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려고 하겠다. 친해지고 싶다. 이와쿠마 선수는 좋은 공을 갖고 있고, 상대적으로 잘 쳤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만나게 된다면 한국, 일본 선수임을 떠나 잘할 자신이 있다
-워싱턴 감독이 포지션과 타순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
▲1번타자, 좌익수를 생각하고 계시더라. 지명타자를 1명, 고정적으로 하는 것이 싫다고 하셨다. 매일 매일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위해 로테이션을 돌리고 싶다고 했다. 타순은 상관이 없다.
-좌완 상대할 때 힘들었다고 했는데, 또 다른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노력과 재능, 추신수는 어떤 부분에 더 뛰어난 선수인가
▲운동은 타고 난 것 같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빨리 배운다. 따라하는 건 잘한다. 앞을 생각하고 어떤 걸 이야기하는지, 이걸 원하는 구나를 빨리 이해했던 것 같다. 자기 자신을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 제 1원칙이다. 노력은 나보다 더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야구를 대하는 마음이다. 내 자신을 평가하진 못하겠다.
-야구를 하면서 큰 벽에 부딪혔던 적은
▲2007년도 팔꿈치 수술했을 때 야구만 보고 달려왔는데 가족이 생기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다보니 나를 받아줄 수 있는 팀을 찾았다. 한국 팀에 가면 말도 통하고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결심까지 했다. 그런데 와이프가 말렸다. 수술해서 재활하고 있을 때인데 그때 와이프가 잡아줬고, 뭔가 모르는 힘이 생겨났다. 그 이후로 재활 열심히 했다.
-재단 활동도 시작한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
▲구체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올해 베이커 감독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야구를 즐기면서 하라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고. ‘우리는 이미 메이저리그서 뛰고 있다. 뭘 더 원하느냐, 받은만큼 주는 것이 인조이(enjoy) 베이스볼이다’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뜨거워졌다. 많이 가지면 뭐하겠느냐고 했다. 돌려주는 것만큼 기쁜 것은 없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젠 재단 활동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장기적으로 보고 시작하겠다.
-새 감독, 워싱턴 감독과 호흡이 어떨지 궁금하다
▲계약 전에 감독, 단장님 등 관계자 5명과 미팅을 했다. 베이커 감독이 앞에 앉아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많은 것들이 비슷했다. 느낌이 좋았다.
-많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꿈나무 선수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내가 어릴 때부터 목표가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있었겠지만 그 목표를 향해 어떻게 달려가느냐가 중요하다. 언제나 늘 마지막이라는 기분으로 했다. 그러면 된다.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는 야구 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내가 못했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야구뿐 아니라 많은 지식도 쌓았음 좋겠다.
-나중에 한국에서 뛰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있나
▲7년 뒤에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배트를 잡고 공을 던지고 할 때까지는 메이저리그서 뛸 것 같다.
-등번호가 이번에도 17번이다. 국가대표에 대한 생각은
▲의미있는 번호다. 초등학교 때부터 17번을 달았다. 17번을 다른 선수가 썼다면 다른 번호를 달았을텐데 운이 좋게 그 번호가 비어있었다. 내년 아시안게임도 있는데 시즌 중 맞물리지만 않으면 언제든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준비가 돼있다. 군복무 혜택도 받았고 갚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2014시즌 선수로서의 목표,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목표가 궁금하다
▲해온 그대로 하겠다. 이사를 안해도 되니까 가족들을 매일 볼 수 있으니 좋다.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도 많다. 야구선수로선 명예의 전당까지는 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오래 뛰면서 38, 40살까지 뛰는 게 목표다. 100홈런-100도루도 있지만 200-200, 300-300 기록도 해보고 싶다. 건강한 것이 제일이다.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감사하다. 이런 성적을 내고 계약을 하기까지 많은 팬들의 응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