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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대 오르는 규정 한줄…삼성전자 25조 매물폭탄 불씨되나

이용우 의원, 보험업감독규정 법령해석 의뢰
위임근거 없어 '취득원가'로 지분보유 무효
법제처 받아들이면 삼성전자 지분 25조원 매각
  • 등록 2020-10-30 오전 6:00:00

    수정 2020-10-30 오전 7:27:41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삼성생명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 보유하는데 걸림돌이 될 또 다른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법제처의 해석에 따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5억주 이상을 보유할 수 있는 근거인 ‘보험업 감독규정’이 효력을 잃을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1년 내 25조원 가까운 삼성전자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삼성그룹은 물론 국내 주식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일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 근거규정 법제처 해석 의뢰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업 감독규정이 무효인지 묻는 법령해석을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에 보냈다. 관례대로라면 서류를 접수한 금융위는 내용을 검토한 뒤 법제처에 해석을 의뢰할 전망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주식을 자기자본의 60%, 총자산의 3% 이내에서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을 계산하는 기준을 ‘취득원가’로 둔다는 부분은 보험업법이나 시행령이 아니라 하위 규정인 보험업 감독규정(별표11)에 달아뒀다.

삼성생명은 이 감독규정을 근거로 1980년 이전 삼성전자가 주가가 1072원 수준일 때 사들인 5억815만7148주를 약 5500억원의 가치로 평가해왔다. 취득원가로 따지면 삼성생명 총 자산(309조원)의 0.18% 수준에 불과하다. 주당 5만8100원원에 이르는 시가(29일 종가)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가치는 29조5300억원, 지분으로 치면 9.6%에 달하는데, 이 규정이 법을 위반하는 상황을 막아주는 셈이다.

삼성화재 역시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총자산의 0.9%에 불과하지만 시가로 바꾸면 5.99%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사와 달리 보험사만 보유주식을 취득원가로 계산하고 있다.

취득원가 명문화한 ‘별표 11’…위임 조항이 없다

이 의원이 지적하는 부분은 보험사의 주식 투자 한도를 계산하는 방식을 ‘하위 규정에 위임한다’는 조항이 법에 없다는 것이다. 상위법에 위임 근거가 없으니 ‘감독규정’은 효력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2일 국감에서 “2003년 보험업법을 전부개정하면서 국회에서 필요없다고 생각한건지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입법 공백이 생긴 것이다.

‘취득원가’의 근거인 보험업 감독규정이 무효라면 보험사도 다른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투자 한도를 계산해야 한다. 법제처가 무효라고 해석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3%를 넘어선 나머지 지분을 1년 내 매각한다. 보험업법 107조는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하게 된 경우 해당 보험회사는 그 비율을 초과하게 된 날부터 ‘1년 이내’ 106조(자기자본 60%, 총자산의 3% 이내)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득원가’ 기준을 ‘현재가’로 바꾸고 넘치는 물량을 5~7년에 걸쳐 매각하라는 삼성생명법(박용진·이용우 의원 발의) 보다 훨씬 극단적인 상황이 된다. 법제처의 판단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국내 주식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감독규정이 무효로 될 경우, 삼성생명은 하루에 삼성전자 지분을 1000억원 이상 털어야 한다”며 “전세계 유래없던 사태로 아무리 동학 개미들이 몰려들고 외국인 펀드가 들어와도 받아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법제처 판단 지켜봐야‥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려워

금융권 안팎에서는 법제처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아직 예단할 수 없다고 본다.

법제처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도 위임 근거가 부족한 행정규칙으로 보인다”라면서 “법제처의 판단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체계성 측면에서 한 번 다뤄볼 만한 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0명의 의견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률상 근거 내지 위임이 없는 시행령 조문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과거 위임이 없는 시행령이 유효하다는 판단도 있었던 만큼 다른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팽팽하다.

국회 안팎에서는 감독규정 해석이라는 돌발변수가 국회에서 발의된 삼성생명법 논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보험업 감독규정이 무효가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1년 이내에 25조원대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5~7년 내의 매각을 보장하는 삼성생명법에 대한 입법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안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다른 법조인은 “만일 법제처가 감독규정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금융당국이 매각을 명령하면 행정기관의 감독규정에 따라 자산 운용을 해왔고 적법하게 삼성전자를 보유했던 삼성생명으로선 불복 행정소송을 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삼성생명이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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