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경항공모함 도입 논란의 이면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등록 2021-01-18 오전 6:40:37

    수정 2021-01-18 오전 6:40:37

작년 8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 경항공모함 확보 사업이 포함되면서 올해부터 적극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지난 12월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보수 언론에서 ‘6조 허세쇼’라고 격렬히 비판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하나 확실한 것은 정치권에서조차 경항모 획득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01억원의 설계예산을 1억원으로 삭감했다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유예시킨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 추진 여부를 논의하자는 얘기다.

올해 전반적인 분위기도 좋지 않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과 북한의 강경 대응이 가져올 북한의 위협도 문제다.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장기적인 전략보다 현재 위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현재 경항모 논의는 찬성과 반대의 일방적인 주장만 난무하는 것 같다. 논리는 어설프고 억지스럽다. 북한에 대한 억제력이 해군의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경항모를 보유하고 있다고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 해서 북한에 대한 강습과 폭격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경항모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안보를 염려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제한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하자는 얘기다.

반대 측 주장은 더 황당하다. ‘6조원 짜리 좋은 표적’이라는 말은 생존력이 없다는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이 항모를 늘려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경항모 논의의 핵심은 현재 위협이 아니라 미래의 안보 위협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있다. 사실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예상할 수 있는 일은 독도나 7광구, 그리고 이어도 앞바다에서 해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래의 국가안보를 염려하는 이라면 이러한 해상 안보 위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경항모 획득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일본이나 중국이 항공모함으로 밀고 들어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경항모 획득에 반대한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생산적 토론과 합리적 결정도 가능할 것이다. 대안 없는 반대는 공허하다.

전술적 차원에서 생존성도 중요하다. 마하 5가 넘는 극초음속 미사일에서 시속 370㎞의 초고속 어뢰가 이미 개발되었다. 중국은 작년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고, 북한도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경항모가 실전 배치되는 2030년대면 북한도 보유하게 될 것이다. 항모의 생존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항모 논란에서 반대 측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생존성이다. 물론 최첨단 방어체계도 도입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그 어떤 무기체계도 완벽한 생존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의 항모 전단도 완벽하지 않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1997년 환태평양훈련(림팩)에서 한국군 디젤 잠수함이 미 항공모함 전단의 13겹 다중 방어막을 뚫고 모의 어뢰발사에 성공한 적이 있다. 미군이 실시한 2002년 밀레니엄 챌린지(워게임)에서는 밴 라이퍼 장군이 지휘하는 반군이 미군 항모 1척를 포함한 16척의 전함을 격침시켰다. 이렇다고 해서 미국이 항모 전단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 어떤 무기체계도 완벽한 생존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역시 중요한 것은 함장을 비롯한 승조원의 작전 운용 능력과 전술적 기량이다. 최첨단 방어 무기체계가 탑재되어야 하겠지만, 무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생존 능력은 수준 높은 학습과 교육, 그리고 훈련을 통해서 함양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완벽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해군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10여 년 전 천안함 피격 이후 얼마나 달라졌을까. 어쩌면 모든 논란의 귀결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 달려있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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