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김영진 회장 "홀로서기 한독, 100년 기업 준비 끝"

김영진 한독 회장 인터뷰
"독자경영 출범 이후 태평양제약·제넥신 인수 등으로 취약 분야 보강"
의료용영양식, 커큐민 등 차별화된 사업 진출
  • 등록 2014-05-13 오전 8:21:49

    수정 2014-05-13 오전 8:21:49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김영진 한독 회장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지난 60년 동안 믿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기본기를 다져왔습니다. 이제는 한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줄 때가 됐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독 본사에서 만난 김영진 한독(002390) 회장(58)은 자신에 찬 어조로 회사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많이 관심을 받는 업체는 단연 한독이다. 한독은 지난 2012년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와 합작 관계를 청산한 이후 연이은 대형 투자를 성사시키며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한독은 바이오업체 제넥신을 인수했고 세계 제네릭 1위 업체 테바와 합작법인 ‘한독테바’를 설립했다. 지난 2월에는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부를 전격적으로 인수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사명도 한독약품에서 약품을 떼며 사실상 ‘제2의 창립’을 선언했다.

한독은 3건의 대형 투자를 통해 취약했던 분야를 단번에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테바와의 합작사 설립을 통해 본격적으로 복제약(제네릭) 시장에 진출했다. 태평양제약 인수로 일반의약품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제넥신을 인수하면서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추게 됐다.

지난 1954년 설립된 한독은 1964년부터 독일 훽스트사와 합작기업 형태를 유지해오다 2012년 사노피가 보유한 한독의 지분 50%를 김 회장 등이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독립 경영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기존에는 합작사라는 태생적 한계로 활발한 투자를 할 수 없었다. 급변하는 제약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 합작관계 청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실 한독은 합작회사라는 장점을 통해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해왔다. 주로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판매하면서 실속을 챙겼다. 지난해 제품 유통을 통해 올린 매출은 전체 매출의 52.4%에 달했다. 직접 생산해 올린 매출이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 셈이다.

김 회장은 “제약사가 끊임없이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면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동안 R&D를 하지 않고 합작사의 제품을 가져다 파는데 열중했다”고 했다.

합작사 청산 이후 독자경영을 결정하고 나서 김 회장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안정적인 성장 요인을 버린 대신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숙제에 부딪혔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사노피와의 합작관계 청산 직후 오래 전부터 호시탐탐 국내 시장 진출을 물색하던 테바에 합작사 설립을 의뢰했다. 일반의약품 분야와 전문의약품 영업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태평양제약이 매물로 나왔고 한독은 태평양제약 직원 146명을 모두 승계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결정했다. 또 기존에 연구개발 협력을 해왔던 제넥신이 지분 투자를 요청하면서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무리한 투자도 아니었다. 투자 비용은 주로 은행차입금, 유상증자를 통해 충당했는데 한독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60.9%에 불과하다. 기존에 무차입 경영을 한 탓에 자금 여유가 충분했던 것.

그는 “지난 60년 동안 투명경영을 통해 믿을 수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든 결과 좋은 투자 기회가 찾아왔다. 앞으로 100년을 지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공을 들였다. 올해부터 준비해온 것들을 실행하면서 한독만의 경쟁력을 보여줄 때다”고 강조했다.

한독은 지난 3월 최초의 자체 개발 바이오신약인 자가염증질환 항염증 치료제 ‘HL2351’의 국내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제넥신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성장호르몬 바이오신약은 최근 유럽 임상1상시험을 마치고 세계 시장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2상시험에 돌입했다.

한독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으로 다양한 신약과 치료용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미국 머크에서 세계적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를 개발한 김두섭 박사를 영입한 데 이어 국내외 거물급 인사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등 정부로부터 받은 신약개발 지원금이 50억원에 달할 정도로 진행 중인 연구과제에 대한 우수성도 인정받았다.

한독은 다른 업체들이 도전하지 않는 새로운 영역의 진출도 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글로벌 특수영양 식품회사인 뉴트리시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메디컬뉴트리션(의료용 특수영양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예를 들어 환자들이 수술 전후에 먹으면 영양을 보충하고 빠른 소화기관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용 영양식이다. 대만에서는 연간 2000억원 가량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커큐민’이라는 물질도 한독의 비밀병기 중 하나다. 지난해 한독은 일본 테라밸류즈와 커큐민의 흡수율을 기존보다 27배 높인 테라큐민의 국내 제품 독점 및 판매 협약을 맺었다. 커큐민은 카레 요리에 사용되는 강황(울금)의 주 성분으로 숙취 해소, 간 기능 개선, 근육 피로도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물질이다. 다만 흡수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돼왔다. 한독은 조만간 커큐민을 활용한 숙취해소 음료를 출시하고 간 기능 개선, 피부미용 등에 효과있는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독은 글로벌 유전자 분석 서비스 회사인 페스웨이 지노믹스와 손 잡고 유전체 분석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김영진 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 제약환경은 특화되지 않은 업체는 도태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했다. 과거처럼 어정쩡하게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환경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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