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못된여자'거나 '주부'거나…해리스 통해 드러난 트럼프 여성관

트럼프 대통령, 해리스 향해 "미친 여자"
'교외 주부들'은 자신 지지층이라 믿기도
가정주부 66% "트럼프 일 제대로 못 해"
  • 등록 2020-08-15 오전 10:56:39

    수정 2020-08-15 오전 10:56:39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을 ‘못된 여자’와 ‘백인 교외 주부’의 두 부류로 나눠왔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미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목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관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여성을 ‘못된 여자’와 ‘백인 교외 주부’의 두 부류로 나눠왔다. 전자는 자신의 정적을 의미하고 후자는 자신의 고정 지지층이라고 믿는 집단이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해리스 의원을 향해 “미친 여자”라고 공격했다. 해리스 의원이 지난 2018년 성폭행 미수 의혹을 받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에 대한 인준 청문회에서 한 공격적 질의를 언급하며 이렇게 평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 의원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 낙점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못된 여자’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못된 여자’로 지목된 이들은 많다. 지난 2016년 대선 때 경합을 벌인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힐러리 후보와 텔레비전 토론을 벌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못된 여자’ 언급을 했다. 지난해 탄핵심판 과정에서 사사건건 부딪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을 향해서는 “돌처럼 차가운 미친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영국 왕자비도 ‘못된 여자’ 낙인을 피할 수 없었다. 미국 국적의 영화배우 출신인 메건 마클 왕자비가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가 당선되면 캐나다로 이주하겠다”고 발언하자 트럼프는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못된 여자’의 반대편에는 ‘교외 백인 주부’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안전과 안보 등 공화당의 가치를 중시한다며 자신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트위터에 저소득층 주택의 교외 진입을 막겠다면서 “안전을 중시하는 ‘교외의 가정주부들’은 나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적었다. 교외 지역 저소득층은 민주당 지지층인 히스패닉과 흑인이 많은데,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교외 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대다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는 교외 백인 여성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인다고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우선 인구 수에서 크게 밀린다. 리만 스톤 가정연구소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교외의 가정주부 비율은 미국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다. 반면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19년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66%다.

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처가 가정주부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6월 NPR 여론조사에서 가정주부들의 66%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셀린다 레이크 민주당 여론조사전문가는 미국 부모들의 우선순위가 경제 회복과 아이들 교육이라고 언급하며 “코로나19의 유행이 계속되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백인 교외 여성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할지, 집에서 돌볼 것인지 선택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외 여성들이 안전과 안보 성향이 있는 건 맞지만, 이들은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과 리더십 부족이 가족을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 여성들도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들을 향해 성적 비하 발언을 일삼았는데도 당선됐지만 올해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인종과 성별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본능을 따르는 것이 정치적 이미지를 높인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통령을 위협하고 있다”며 “여성에 대한 그의 시각 역시도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CBS 여론조사에선 경찰이 백인보다 흑인에게 치명적인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미국인은 전체의 57%로, 지난 2016년 43%보다 늘었다. 또한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67%로 1년 전보다 8%포인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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