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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의 금융CAST]못생긴 은행앱 예뻐진 이유

공급자 마인드로 만들어진 과거 은행앱, 불편 투성이
인터넷은행, 핀테크 업체들의 자극으로 '이제서야' 편해져
  • 등록 2020-12-05 오전 11:00:00

    수정 2020-12-05 오전 11: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금으로부터 딱 3년 전. 모 시중은행 앱 하나를 깔았다. 환전을 할 때 우대금리를 준다기에 깐 앱이었다.

한 번 쓰고 안 쓸 앱이었지만, 그 한 번을 쓰기 위해 여러 개의 산을 넘어야 했다. ‘공인인증서 로그인’, ‘보안코드 혹은 OTP’, ‘송금 수수료’, ‘하루 100만원 이체 제한’ 등등.

화면은 또 왜이리 많은 정보로 들어차 있는지. ‘평생 한 번 쓸까말까하는 대출 서비스와 살 마음도 없는 펀드 상품을 내가 왜 봐야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초 당시 시중은행 앱 내 기능 숫자
3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은행의 앱을 깔았다. 이젠 무료 송금이 바로 된다. 로그인도 ‘얼굴 로그인’ 등을 통해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관심도 없는 펀드 상품은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앱도 예뻐졌다.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은행 앱의 반전은 어떤 맥락에서 가능했을까.

카카오란 메기를 만난 대리운전업계

2016년 초 카카오는 대리운전 서비스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몇몇 대형 업체들과 프로그램업체들이 시장을 나눠 가졌던 대리운전 업계에 ‘별 희한하면서 거대한 것’이 들어온 것이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이때까지의 대리운전 시장을 보면, 대리기사들에게 불리한 구조였다. 그들은 이를 참고 일했다.

예컨대 대리기사들은 평균적으로 30~40% 가량의 수수료를 중개 업체에 내야했다. 콜 수가 많은 서울이 이 정도이고 지방 소도시로 갈 수록 대리 기사들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높아졌다.

중개 수수료만 내면 양반이다. 대리기사들은 수수료 외에 프로그램 사용료도 내야했다.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었다. 프로그램사들은 비슷한 프로그램을 복수로 운영하면서, 대리기사들로부터 추가 사용료를 또 걷어갔다.

대리기사들은 보험료도 꼬박꼬박 내야했다. 많이 내는 사람은 1년에 200만원 넘는 보험료를 본인 돈에서 내야했다. 그런데그 보험료가 어떻게 납부되는지 대리기사 입장에서 알기 힘든 경우가 꽤 있었다. 중개 업체가 보내주는 ‘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리기사 입장에서는 철저한 ‘을이자 봉’일 수밖에 없었다.

2016년께 이상한 놈이 들어와 ‘그들만의 평화로운 리그’를 흔들어 놓았다. 카카오였다. 기존 대리운전 업체 입장에서는 거대한 경쟁자였다.

후발주자이지만 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카카오드라이버(카카오 대리운전 서비스명)는 수수료율을 전국 동일하게 20%로 잡았다. 보험료도 그 안에서 산정하는 정책을 펼쳤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대거 이탈이 예상되자 대리운전 중개 업체들과 프로그램사가 위협을 느꼈다. 중개 수수료율을 낮추고 보험료 납입 구조를 투명하게 만든다고 했다. 대리기사들과의 상생 협력에도 나선다고 했다. 대리기사들이 그제서야 잡아야할 ‘소중한 자산’이란 점을 깨달았다.

방송업계 고질적 갑을 구조 한 켠 허문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진출했던 2016년 초.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까지 직접 한국에 와 기자들을 만날 정도로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넷플릭스 서비스의 분기점이라고 할 때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2018년에 나왔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이 나왔을 때다. 2019년 나왔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은 후속타였다. 국내 방송사들은 넷플릭스 국내 창작자들에 하는 ‘통큰 투자’에 깜짝 놀랐다.

그전까지 한국 영화·방송업계는 창작자들의 저작권에 대해서 기형적일 정도로 무관심했다. 적정 제작 단가를 낮추는 경우가 많았고, 부족한 제작비는 PD들이 알아서 협찬을 받아 채워야했다. 방송 콘텐츠 유통 구조가 소수의 방송사들 위주로 짜여져 있다보니 그랬다.

몇몇 다큐멘터리 PD는 부족한 제작비에 시달리며 강행군을 달리하다 타국에서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실력이 검증된 창작자’에 대한 ‘그들의 권리’를 인정해줬다. 실력있는 창작자라면 그만큼의 값을 받을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해준 셈이다. 수십년 묵혀있던 국내 방송·영화 콘텐츠 제작 업계내 ‘갑을구조’ 타파에 대한 가능성이 보였다. 최소한 저작권은 어떻게 인정받아야하는지 넷플릭스가 보여준 것이다.

시장이 역동적이어야 소비자는 웃는다

두 장면의 공통점은 두 가지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첫번째는 수년에서 수십년 간 만연된 불합리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정부도 했고, 구성원도 해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 없이 공염불로 끝나곤 했다.

두번째는 실제 만만치 않은 대형 플레이어가 나타났고 ‘경쟁’이란 요소가 나타나자 비로소 시장이 움직였다는 점이다. 누가 고객이고 어떤 이가 진정으로 돈을 벌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인지 알게 된다. 이른바 ‘메기효과’의 한 모습이다.

(물론 이 안에서 치열한 경쟁과 싸움도 있었다.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은행들이 앱을 이제서라도 편리하게 만들어준 데는 인터넷뱅크들의 출현이 컸다. 사용자들이 평생 한 두번 받을까말까 하는 대출 서비스를 숨기고 빈번하게 자주 쓰는 송금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것도 송금 핀테크 업체들의 활약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은행들의 문법과 논리로 보면 ‘이상한 것’들의 활약은 은행들 입장에서는 성가실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을 변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계속 동행을 해야하지 않을까? 정부도 이들이 더 활동할 수 있도록 장(場)을 만들어줘야 한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금융이 어렵고 높기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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