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승객 골라태우기 막는다…목적지 없이도 호출

심야시간 승차거부 대책 일환…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건의
국토부 “서울시 대책에는 공감, 제도화는 시기상조”…카카오에 개선방안 마련 요청
택시업계 “카카오택시 시스템 개선, 심야승차거부 근본해결책 아냐”
  • 등록 2017-09-26 오전 6:30:00

    수정 2017-09-26 오전 9:00:18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에 사는 회사원 장모(40)씨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인근에서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갖고 오후 11시50분께 헤어졌다. 다른 일행들은 카카오택시앱으로 택시를 호출하자 곧바로 응답이 왔지만 장씨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장씨는 한시간 가량 길에서 헤매다 겨우 택시를 잡았다. 택시기사는 장씨의 집이 일방통행이 많아 헤매기 일쑤인데다 들어가면 빈차로 나와야 해서 기사들이 기피하는 지역이라며 다음부터는 인근 다른 주소지를 찍거나 웃돈을 붙여 호출하라고 충고했다.

서울시가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앱)에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심야시간대에 카카오택시를 비롯한 앱택시의 승객 골라태우기로 인한 민원이 줄을 잇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앱택시 1위 사업자인 카카오측은 목적지 미표출은 되레 탑승객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카카오측이 목적지 미표출 등 시스템 개선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국토교통부를 통해 ‘여객운수사업법’을 개정, 시스템 개선을 강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앱상 목적지 미표출 등 시스템 개선을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며 “앱택시 업체들의 외면으로 자율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시나 국토교통부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료= 서울시)
◇ ‘서울시청+만원’ …앱택시 골라태우기에 웃돈 호출

택시민원의 3건 중 1건은 승차거부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승차거부 민원은 6179건으로 전체 택시 민원의 29.4%를 차지했다. 다만 택시업계의 자정노력과 시의 적극적인 단속에 힘입어 승차거부는 건수와 비율 모두 매년 감소추세다. 2014년에만 해도 승차거부 민원은 전체 택시 민원(2만8506건) 중 33.7%(9477건)을 차지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전체 민원건수(2만5105건) 가운데 승차거부 민원은 30.9%인 77161건으로 집계됐다.

앱택시 골라태우기가 기승을 부리자 택시잡기가 쉽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사이에서는 앱택시 호출시 목적지 표시에 웃돈을 입력하는 편법도 등장했다. ‘서울시청+10000(만원)’이라고 목적지를 표시하는 식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앱택시를 호출하는 손님이 웃돈을 붙여 호출해 추가요금을 받으면 부정요금이라고 판단한 후부터는 조합원들에게 웃돈 표시가 떠도 추가요금을 받지 않도록 계도하고 있다”면서도 “승객과 기사가 합의해 웃돈을 주고받는 경우까지 차단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목적지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웃돈을 붙여야 콜을 받는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돼 시스템을 개선했다”며 “승객이 목적지에 웃돈을 표시해도 기사들이 사용하는 앱 창에는 필터링을 통해 웃돈 표시가 뜨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다만 “다양한 조합으로 웃돈을 표시해 필터링을 피해갈 경우에는 차단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택시기사 김모(36)씨는 “야간근무는 사납금이 주간보다 많기 때문에 요금이 얼마 나오지 않는 단거리 운행 손님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승객들을 하차시키고 바로 새로운 승객을 태울 수 없다면 운행수입이 높은 장거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택시 호출이 오면 목적지를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목적지 표시 장점이 더 많아”…국토부·택시업계·앱택시 부정적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서울시의 ‘여객운수사업법’ 개정 요구에 조심스런 입장이다. 규제강화는 결과적으로 후발주자의 진입장벽을 높일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법을 개정해 택시중개업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면 후발 사업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셈”이라며 “이 경우 기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카카오택시의 지배력을 공고히 해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택시업계 또한 목적지 표시를 제한해 골라태우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에 부정적이다. 승차거부나 골라태우기는 특정지역에서 특정시간대에서만 벌어지는 일인 만큼 택시업계 전반의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논란이 승차거부나 골라태우기는 종로, 강남, 명동 등 이른바 번화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문제”라며 “심야시간에는 취객의 구토로 인한 차내 오염과 기사 폭행 등으로 인해 택시기사들이 번화가 인근으로 가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심야시간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과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개인택시 기사들이 심야운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해결이 된다”고 말했다.

앱택시 업계 또한 도착지 미표시 요구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도착지를 표시해 호출하게 되면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대로 택시가 곧바로 목적지로 택시가 이동함으로서 불필요한 승객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앱 택시 관계자는 “청각장애가 있거나 말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목적지를 표시해 호출하는 게 편리할 수 밖에 없다”며 “골라태우기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목적지 표시를 배재하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싱가포르에서는 승객들이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고 택시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며 “의무적으로 목적지를 표시하도록 하는 택시앱은 시정조치를 통해 승객이 목적지를 표시할 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카카오택시 등 앱택시의 ‘승객 골라태우기’ 등 승차거부 문제 해결을 위해 카카오택시의 목적지 미표출 등 시스템 개선을 추진한다. 사진은 택시 승차거부 단속 등 현장 계도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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