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영관장의 인도상인 이야기]3천년 DNA `뼛속`부터 인도상인

②13억 인구의 약2% `Baniya 상인집단`
카스트 제도하 장사…사업 외길
가족경영, 현장 중시 도제교육
똘똘 뭉친 네트워크와 상조시스템
  • 등록 2019-05-11 오전 11:00:04

    수정 2019-05-11 오전 11:00:04

[김문영 KOTRA 암다바드 무역관장] 한국의 전통 부자로 경주 최씨 가문이 유명하다. 부자 3대가 어렵다는 속설에도 10여대, 300여년 부를 유지한 그 전통과 여러 선행으로 회자되고 있다.

300년이 아니라 만약 3000여년 동안 대를 이어 장사 한길, 사업 외길로 매진한다면 아마도 그 DNA에 천착된 사업가 기질과 정신, 문화 경쟁력은 어떠할까?

인도 현지에서 만나는 상인 대부분이 이와같이 3000년에 걸쳐 장사, 사업 한 우물을 파온 13억 인도 인구의 약 2%, 2500만 내외로 추산되는 Baniya 상인집단이다.

Tata, Reliance, Birla, Mahindra, Adani 등 현대 인도 10대 재벌 중 아홉이 이 전통적인 상인가문 출신이다. 이중 Tata(조르아스교를 믿는 인구 6만의 페르시아계 Parsi)을 제외한 대부분이 북서부 Rajasthan주에 기반을 둔 마르와리(Marwari)와 서부 Gujarat주 출신의 구자라티(Gujarati)다. 전통산업은 물론 Flipkart, Snap Deal, Myntra 등 인도 온라인 쇼핑 3대 기업 창업주 모두 Baniya 집단(Mawari 계열의 Bansal 가문) 출신이다.

고대, 중세에 걸쳐 인도아대륙에 산재한 봉건 영주나 왕에 대한 대금업, 북서부 타르사막을 배경으로 한 중개무역, 근대의 동·서양 중개무역, 19세 이후의 산업자본가로의 변신 등 시대여건과 환경에 따라 그 형태나 영역은 변해왔지만 근저의 사업, 장사 전통은 3000여년 지속되고 있다.

상인 카스트, Baniya 집단은 ‘돈’에 생의 최고 가치를 부여한다. 돈을 불려 가는 것이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사명을 실현해 가는 최고의 가치이자 과정으로 여긴다. 안온한 직장생활보다는 리스크를 즐기고,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업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인도 3대 전자상거래 기업 Snap Deal 창업자 Rohit Bansal이 세계적인 명문 인도공과대학(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졸업 후 장래가 보장되는 미국 다국적 IT기업에 취직했을 때 가족들이 싸들고 말린 것이 Snap Deal 신화로 이어졌다는 일화는 대표적이다.

정규교육보다 사업, 장사 현장의 현장교육을 중시한다. 인도 제1부자주 구자라트의 고등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도 이런 정규교육보다 밥상머리 교육, 현장교육을 중시하는 상인집안 전통에 원인이라는 농담아닌 반진담도 있다.

Birla(Birla Group), Bajaj(Bajaj Motor), Mittal(Arcello Mittal Steel), Adani(Adani Group) 등 인도의 기업명 대부분이 자기 가문 이름을 기업명으로 삼는다.

근래 들어 많은 변화가 있지만 아직 인도 대부분 기업 운영은 가족경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형제, 사촌들이 한 기업에서 역할 분담을 하고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기면 분사를 하면서도 이들 간 연계를 지속시켜 전체 파이를 키워간다. 인도 현지에서 만나는 많은 기업인이 자신의 주력분야나 제품이 아닌 듯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사업 파트너 물색에 몰두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가족경영 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마르와리, 구자라티가 자신의 출신지역을 벗어나 인도 전역과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장거리 출장자를 위한 무료숙식 제공, 씨족공동체의 사업자금 대출, 자기 자녀를 가문 내 타 기업에서 교육시키는 교차 도제교육 등 가문 내 끈끈한 연대와 상조 시스템 뿌리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류역사에서 희소한 케이스라 할만한 이런 현상은 단순히 한 개인이나 가문의 노력이나 능력을 떠나 인도 사회가 3000여년 이상 유지해 온 카스트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끊임없이 바뀌는 지배계급, 이민족의 침입, 신분제 아래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장(시장)과 자기 가족과 가문 간의 유대와 상조시스템뿐이라는 교훈을 오랜 기간 뼛속부터 체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유대상인, 객가(客家) 등 세계적인 상인그룹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문화, 전통과 시스템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세계적인 상인 집단의 형성과 번영은 한 개인을 넘는 역사적 배경과 집단적 접근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

김문영 코트라 암다바드 무역관장은…

△서울대 법학과 △연세대경영대학원 경제학과 △브랜다이스대 국제무역발전론 △코트라 투자유치팀 △통상전략팀 △해외진출협력처 해외진출컨설팅팀장 △산업자원협력처 정부조달팀장 △방콕무역관장 △통상지원실 FTA지원팀장 △해외시장정보실 빅데이터팀장 △뉴델리무역관 △아메다바드무역관 △암다바드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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