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올해로 28살… 다사다난했던 수능의 역사

1994학년도 처음 도입… 암기 위주 입시 탈피 목적
수능등급제, A·B형 도입으로 수험생 혼란 야기하기도
2005학년도 휴대전화 이용 부정 연루자 100여명 적발
  • 등록 2020-12-05 오전 11:00:00

    수정 2020-12-05 오전 11:00:00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졌다. 일반적으로 수능은 11월 중순에 진행되지만 코로나19 시국임을 감안해 예정일보다 2주 늦게 시행했다.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서 수험생들은 칸막이가 쳐진 책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문제를 푸는 등 그 여느 때보다 악조건에서 시험에 임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수능일은 특히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그 가족들에게는 1년에서 가장 중요한 날로 꼽힌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등 장장 12년 동안 공부해 온 시간을 증명하는 날인 탓이다. 실제로 수능일에는 수험생들의 수험장 이동을 원활하게 하고자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영어 듣기 시간에는 일절 소음이 금지되는 등 국가 단위로 배려가 이뤄진다.

대학 서열화가 공고한 우리나라 특성상 수능 점수에 따라 자신이 갈 수 있는 학교가 정해지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능 이후 세상을 등진 학생도 적지 않을 정도다. 사실상 12년 학생 시절의 인생을 거는 시험이다 보니 교육당국도 공정한 시험을 만들기 위해 수능을 다양하게 개선하고 있다.

수능 도입과 400점 만점 세대

수능은 1994학년도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했다. 수능 이전에는 예비고사와 학력고사가 진행됐지만 두 시험 모두 대학에서 요구하는 고차원적인 사고보다는 단순 암기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를 감안해 미국의 ‘대학입학 적성검사’(SAT) 등을 참고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수능이다. 수능은 1993년 실시되 올해까지 27년 간 대학 입학 시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첫 수능인 1994학년도 수능은 8월 20일과 11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서 진행됐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수험생이 좌절하지 않도록 두 번 시험을 치르고 자기에게 유리한 성적을 선택해 대학에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난이도가 높았던 11월 수능 점수를 이용하는 수험생이 거의 없었던 탓이 결국 이듬해부터 수능은 1년에 한 번 시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후로 수능 시험 난이도는 조금씩 상승해 갔다. 1994학년도 수능 당시 1차 155문항, 2차 175문항 수준이었던 문제 수는 이듬해 수능에서 175문제로 늘어나더니 이내 1995학년도 수능에선 200문제까지 증가했다. 그리고 처음 400점 만점제를 도입한 1997학년도 수능에선 총 문제가 230문제까지 늘어났다.

1997학년도 수능은 지금까지 가장 난도가 높았던 역대 최고의 ‘불수능’으로 꼽힌다. 당시 수능에선 사회탐구, 과학탐구 영역이 나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문과, 이과 모두 사회, 과학을 공부해야만 했다. 또 지금처럼 선택과목도 없어서 공부해야 할 범위도 넓었다. 예를 들어 지리, 경제, 윤리, 역사, 생물, 화학 지리 등이 모두 ‘수리 · 탐구영역(Ⅱ)’에 혼재돼 있었다.

여기에 물리와 생물, 지구과학을 모두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복합 문제들이 대거 나와 수험생을 괴롭혔다. 당시 수능 수석 점수가 400점 만점에 373.3이었고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학교 입학생 평균 점수가 320점 수준에 머물 정도였다.

“우리가 실험체냐” 수험생 본노 시킨 수능

수능의 중요성이 크다 보니 교육당국은 수능을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또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당국의 의도와 달리 새롭게 도입한 정책이 외려 수험생과 그 가족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폐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단 점이다. 실제로 어떤 제도는 3년에서 짧게는 1년 만에 폐지됐다.

가장 유명한 것이 2008학년도 수능에 도입됐던 ‘수능 등급제’다. 진보성향이었던 당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본격 도입한 ‘수능 등급제’ 때문이다. 기존 수능 성적표에는 백분율, 표준점수, 등급이 명기된 것과는 달리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오로지 등급으로만 성적을 표기했다.

수능등급제는 대입을 사실상 좌우하던 수능을 약화시키고 내신의 중요성을 강조해 학교 위주의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다만 2008학년도 수능이 끝나자마자 정부는 엄청난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단 1~2점 차이로 수험생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점이 1등급, 97점이 2등급, 85점이 3등급인 과목이 있다. 97점을 맞은 학생은 3점 차이임에도 100점을 맞은 학생과 지원 조건이 달라진다. 대신 11점 차가 나는 86점을 맞은 학생과 같은 조건으로 대학에 응시해야만 했다. 즉, 1점 때문에 하나의 등급이 내려간 사람과 1점 때문에 턱걸이로 하나 위의 등급을 받은 사람이 똑같이 여겨진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수능등급제는 이듬해 곧바로 폐기됐다.

2014학년도 수능시험에는 시험에 A·B형을 도입했다. 국어, 영어, 수학에서 쉬운 수준 시험(A형)과 보통 수준 시험(B형)으로 나누어 수험생이 원하는 시험을 보도록 했다. 그러나 대학별로 원하는 유형이 천차만별이었고 이에 따라 일선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수준별 수능은 영어는 이듬해, 국어와 수학은 2년 뒤 폐지됐다.

수능에 얽힌 사건·사고

학생에겐 인생이 걸린 시험과 다름이 없다보니 다양한 부정행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샤프펜슬을 누르는 횟수, 발을 구르는 횟수 등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고전적인 방법이 꾸준히 애용됐다. 그러나 2005학년도 수능시험 당시에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연루자만 100명이 넘는 이 사건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브로커들은 수능에 ‘선수’(정답을 맞출 학업우수자)가 문제를 풀고 답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면 이를 취합해 일반 수험생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진행했다. 2005학년도 수능의 대규모 부정행위는 결국 정부가 휴대전화나 전자기기를 보유하고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을 부정행위자로 처리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부정행위를 하려는 의도가 없었음에도 실수로 휴대전화를 소지했다 적발돼 부정행위자로 처리되는 사례가 매 수능 시험마다 나오고 있다. 부정행위자로 처리될 경우 당해 수능 점수는 모두 무효처리되며 이듬해 수능에도 응시할 수 없다.

수능의 중요성 만큼 수능 출제위원이 지는 부담감도 상당하다. 수능 출제위원들은 약 한 달 간 모종의 장소(주로 호텔이나 콘도)에 격리돼 수능 문제를 출제한다. 수능이 종료되기 전까진 보안 상 이유로 외부와의 접촉은 엄격히 통제된다. 강도 높은 통제와 과도한 스트레스로 합숙 도중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출제위원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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