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된 유리 샴푸통 고집하는 라이즈호텔.."플라스틱, 안 씁니다"

제이슨 임 라이즈호텔 총지배인 인터뷰
"플라스틱 없애고, 어려우면 다회용품으로 변경"
우려보다 호응.."청소·세탁 포기한 친환경 고객"
탄소중립, 규제 아닌 기회.."퍼스트 펭귄될 것"
  • 등록 2022-03-20 오전 11:38:21

    수정 2022-03-20 오후 9:47:39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서울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라이즈호텔) 욕실에 있는 샴푸 통은 4년 된 것이다. 옆에 놓인 린스 통도 그렇다. 모든 층에 있는 욕실이 이런 식이다. 2018년 3월 영업을 시작하며 유리병으로 들여온 덕에 아직 문제없이 쓴다. 깨지기 전까지 버리지 않으니 플라스틱보다 환경친화적이다.

▲제이슨 임 라이즈호텔 총지배인이 1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전재욱 기자)
제이슨 임 총지배인은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 객실에 다회용품을 늘리고 이게 어려우면 친환경 소재로 대체했다”며 “친환경보다 나아간 ‘제로 프로젝트’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호텔에서 했다.

메리어트호텔 계열의 라이즈호텔은 객실을 둘러봐도 플라스틱을 찾을 수 없다. 칫솔과 빗은 돌을 가공한 천연 소재라 일반 쓰레기로 배출한다. 이런 용품을 감싼 포장재는 종이 재질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슬리퍼는 치웠다. 으레 배치해두는 메모지에 인쇄한 `Y`도 의미가 있다.

임 총지배인은 “`Y` 한 자로만 우리를 표현하면 풀네임 `RYSE`를 인쇄하는 것보다 잉크가 덜 들어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유난스러워 보였지만 이런 세심함이 모여 객실 전반이 제로 프로젝트에 수렴해갔다.

▲제이슨 임 라이즈호텔 총지배인이 1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호텔 객실을 설명하면서 친환경 소재로 만든 칫솔과 빗, 패키지를 들여보이고 있다. (사진=전재욱 기자)
사실 제로 프로젝트는 모험을 감수하는 측면이 있었다. 위생과 청결에 민감하면 다회용 물품이 거북할 수 있다. 때론 플라스틱이 편하기에 호텔에서까지 불편을 감수해야 하나 싶다. 행여 “일회용품을 제공하라”고 투숙객이 요구해도 호텔은 거부한다.

고객 반응은 걱정과 달랐다. 지난달 2박 이상 투숙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약 55%가 제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친환경 호텔`이라는 대답했다. 청소와 세탁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이용하도록 한 게 반응이 좋다. 2박 이상 머무는 투숙객은 객실 청소와 세탁 서비스를 원하지 않으면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불필요한 청소와 세탁은 환경에 부담을 주는 비용”이라며 “여기에 공감하고 청소와 세탁을 원하지 않는 고객이 은근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은 제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포인트와 선물을 제공해 유인을 제공한다”며 “호텔에서 경험한 친환경이 호텔 밖으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차원”이라고 했다.

아예 고객이 호텔에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사례도 나온다. 식음료 식당 포장 용기를 생분해 소재로 바꾼 것은 대표적이다. 기존에 플라스틱 포장재를 썼는데 `친환경 호텔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고객 의견을 접수하고 변경했다. 호텔에 달린 예식장에서 생수를 유리병에 제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임 총지배인은 “우리는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지만 우리 목표에 공감하는 이들을 만족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이즈호텔 객실에 비치된 비누와 로션이 유리병에 담겨 있다. (사진=전재욱 기자)
제로 프로젝트는 어렵고 우려되지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2024년부터는 숙박업소에서 일회용품 제공이 일체 금지된다. 라이즈호텔은 이미 2018년부터 2024년 기준을 충족해왔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탄소 중립이 누구에게는 규제지만 라이즈호텔에는 기회였다.

임 총지배인은 “우리 브랜드 방향에 공감하는 고객으로부터 로열티를 쌓는 계기가 됐다”며 “장기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서 우리는 `퍼스트 펭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가운 남극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처음 뛰어들어 무리를 이끄는 펭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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