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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이 이끌던 2000년의 두산은 ‘미라클’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붙었다. 선수들의 공격력을 극대화 하는 김 감독의 전략이 당시의 빼어난 선수들을 통해 극대화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현재의 두산은 당시와는 팀 컬러가 다르다.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 추구하는 야구의 방향도 다르다. 송일수 감독이 이끄는 지금의 두산은 분명 스몰볼이 근본에 깔려 있다.
2000년 당시 두산이 133경기서 기록한 희생 번트는 43개 뿐이다. 그러나 2014년의 두산은 45경기서 31개의 번트를 댔다. 9개 팀 중 2위다.
이는 전혀 다른 접근의 공격 방식이지만 결과는 그에 못지 않게 나오고 있음을 뜻한다. 과연 이런 결과를 단순히 올 시즌에 전개되고 있는 타고투저만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답은 송일수 감독과 두산 선수들의 궁합에서 찾는 것이 훨씬 빠르다. 송 감독의 야구를 선수들이 이해하게 되면서 빠르게 팀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한 주축 선수는 “시즌 초반엔 사실 우리도 어떤 야구를 하시는지 잘 몰랐다.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움직임이 나오는지 알게 됐다. 감독님을 이해하게 되면서 선수들도 플레이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실제 두산은 시즌 초반, 적잖은 시행 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감독의 전략 전술에 대한 성공 빈도수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두산의 폭발적 공격력을 역설적으로 번트 성공률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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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막 이후 5번의 번트는 내리 실패다.
두산에서도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5월 들어 두산의 번트 성공률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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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는 소극적 작전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작전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 속엔 감독과 선수들의 소통이 담겨 있다. 단순히 이때는 이랬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가 담겨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두산의 폭발적인 공격력 뒤에 번트의 역설이 숨겨져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