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신청서류만 1000장"..코로나 긴급대출 기다리다 지친다

코로나 여파 시작한 지난 2월부터 긴급자금 대출 문의 쇄도
평소 대비 폭증한 업무량, 대출 담당 직원들 피로감 높아져
  • 등록 2020-03-26 오전 6:11:00

    수정 2020-03-26 오전 7:38:27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거 대출을 받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어요. 코로나 긴급 자금 대출이요? 이런 식이라면 대체 무슨 소용입니까.”

은행 대출을 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인 건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 모 은행 지점 대출창구에서 기자와 만난 이명준(가명, 42세)씨는 피 말리는 두달을 보냈다고 했다. 건설 안전용품 사업을 하고 있는 이씨는 지역 신용보증재단에 대출을 신청한 게 두달 전인데, 이제야 대출이 이뤄졌다.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 급한 돈을 빌리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 씨는 신용보증재단에 수십번 전화하고, 직접 방문한 것도 수차례다. 그럴 때 마다 ‘대출 서류가 미비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대출이 나왔으니 망정이지,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이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출 보증 업무를 하는 재단이나 공단 측도 할 말은 있다. 기존 소상공인 대출 처리도 밀리는 마당에, 코로나19 피해 대출 신청까지 물밀듯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업무 인력은 80여명. 이들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대출 보증 업무 건수는 500여건이지만 이들이 매일 받는 신청 건수는 2000건 이상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이달 초 계약직원 50명을 긴급히 늘렸다. 최근에도 50명의 직원을 또 채용했다. 다음달에도 50여명을 더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경영지원실 직원들까지 업무 지원에 나서고 은행 창구 직원들까지 일손을 거들고 있다.

하지만 서울신용보증재단 측은 새로 채용된 직원들이 대출 보증심사 업무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적체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빨라야 다음달 초중순이다.

23일 대출 상담을 하고 있는 은행 창구 직원들
일선 은행 창구도 몰려드는 대출 신청에 비상이 걸린 건 마찬가지다. 동대문구의 모 은행 지점도 대출 창구 직원들이 총동원돼 서울신용재단에서 넘어온 대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해당 지점 부지점장은 “점심 먹으러 제때에 못 갈 정도”라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다급한 대출 신청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창구 직원이 대출 상담 1건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40~50분 정도다. 대출에 필요한 자격 요건을 확인하고 대출 서류에 사인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대출 창구 직원 4명이 쉬지 않고 일하면 하루 최대 50명 정도 상담이 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기존 영업점 업무는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대출 신청이 얼마만큼 몰렸는지 묻자 해당 지점의 부지점장은 지점 금고 내부를 보여줬다. 금고 안에는 미처 처리되지 못한 대출 서류가 쌓여 있었다. 부지점장은 “1000건 이상 밀려있다”고 말했다. 전 직원이 달려들어 처리한다고 해도 한 달 이상 걸릴 양이다.

모 은행 동대문 지점에 쌓인 대출 신청 서류. 이곳 관계자는 이 정도 분량의 서류 뭉치가 2~3개 더 있다고 전했다. (사진=김유성 기자)
더 큰 걱정은 코로나19 긴급 대출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4월 이후다. 최종 대출 집행은 은행 창구에서 완료된다. 현재와 같은 인력과 처리 시스템으로는 과부하가 걸릴 수에 없다. 부지점장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출 서류에 사인만 하면 긴급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정도로 절차를 간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대출 신청 절차를 간소화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실·허위 대출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긴급자금 대출을 받아 외제차를 샀다’는 식의 얘기들도 나온다. 집행된 대출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재단이나 은행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단이나 은행 입장에서 대출 절차를 무작정 간소화하기 힘들다”면서 “정말 긴급한 분 아니면 (대출을) 기다려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