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메뚜기도 한철은 옛말<4>

식용 곤충 미래 먹을거리 부상하면서
식품 대기업까지 뛰어들고, 육류업체 위기의식
기원전부터 친숙한 식재료…서구 인식도 전환中
  • 등록 2020-08-08 오전 11:30:00

    수정 2020-08-08 오전 11:30:00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CJ제일제당 이사회는 2016년 3월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전년도 감사보고서를 승인받으려는 절차였는데, 개중에 함께 안건으로 올라온 `정관 변경안`이 눈에 띄었다. 정관의 사업목적에 `곤충 원료의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을 추가하는 내용이었다. 주주들은 정관변경을 기꺼이 승인했다. 국내 굴지 식품회사가 곤충으로 사업한다는 건, 이걸로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말이다.

곤충이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는 배경은 지난 편([괴식로드]굼벵이는 안되고, 번데기는 되고<3>)에서 짚어봤다. 온실가스를 배출하길 하나, 비용이 많이 들어가길 하나. 게다가 영양학적 균형도 고른 편이니, `슈퍼푸드`·`완전식품`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CJ제일제당의 움직임은 선제적으로 평가받는다.

굳이 이런 움직임을 들추지 않더라도, 곤충은 이미 만국에서 인기 식재료로 쓰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주식으로, 아시아권에서는 부식 및 악재용으로 곤충을 섭취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말벌 크래커`를 별식으로 즐기곤 한다. 저마다 목적이 다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곤충을 먹어온 지는, 적어도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경에서 메뚜기와 귀뚜라미를 식용으로 지칭하는 것을 미뤄보면 과언도 아니다. 국제연합(UNO) 식량농업기구가 2013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재 세계 식용 곤충은 1400여 종이고 이를 섭취하는 인구는 2억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시장에서 시판 중인 귀뚜라미로 만든 에너지바 차풀(Chapul).(사진=회사)
서구에서도 식용 곤충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추세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곤충을 식품안전현대화법(Food Safety Modernization Act)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식용 곤충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식품 안전과 시장 발전을 도모하려는 차원이다. 현재 미국에서 곤충 재료의 에너지 바나 칩은 어렵지 않게 사 먹을 수 있다.

유럽식품안전청은 2015년 곤충의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하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했다. 곤충의 단백질 함량은 많게는 20% 초반인데, 소·돼지·닭과 맞먹는 수준이다. 가축을 기르는 가격에 훨씬 못 미치니 경제적 효용은 뛰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육식의 종말은 실감하기 이른 게 현실이다. 그러나 막연한 먼 나라 얘기로 접어둘 일도 아니다. 육류 기반 식품 회사는 곤충을 위기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육계 식품 회사 마니커는 지난달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당시 투자자에게 알린 위험요소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육류 대체식품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육류 대체식품이란 크게 식물성 대체육, 배양육, 식용 곤충 등이 있습니다.`

식품회사 관계자는 “당장은 대체육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손에 잡히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육류 소비 중심추가 대체육 쪽으로 옮겨가리라는 데는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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