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먹는 음식이 그의 인생이고 사랑이다, '프렌치 수프'[스크린PICK]

  • 등록 2024-06-23 오후 2:43:50

    수정 2024-06-23 오후 2:45:12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20년간 최고의 요리를 함께 탄생시킨 외제니와 도댕. 그들의 요리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있다. 인생의 가을에 다다른 두 사람, 한여름과 자유를 사랑하는 외제니는 도댕의 청혼을 거절하고 도댕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불이 타듯 맹렬하진 않아도, 잘 끓인 스튜의 향긋함을 떠올리게 하는 사랑. 서로를 존중하는 중년의 철든 사랑이 콘텐츠 시장에서 꾸준히 롱런하는 이유가 아닐까. 영화 ‘프렌치 수프’(감독 트란 안 훙)가 맛있는 볼거리와 은은한 힐링 매력으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와 함께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쌍끌이 흥행을 주도 중이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프렌치 수프’는 지난해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올해 최고의 미식 로맨스다. 개봉 이후 동시기 개봉 신작 흥행 1위와 좌석판매율 1위 달성, 개봉 3일차인 지난 21일 누적 관객수 1만 관객을 넘어섰다. 23일 기준 누적 1만 4504명을 기록 중이다.

‘프렌치 수프’는 20년간 함께 요리를 만들어온 파트너 외제니와 도댕의 클래식 미식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미식의 대표 국가인 프랑스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미식 영화라니. 트란 안 훙 감독의 연출력에 줄리엣 비노쉬, 브누아 마지멜의 연기, 눈과 귀 모두를 즐겁게 할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6월 극장가는 ‘인사이드 아웃2’부터 하정우 주연 ‘하이재킹’,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쟁쟁한 국내외 작품들이 치열히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 ‘프렌치 수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화제성에 조용히 개봉했지만, 평단 및 관객들의 극찬으로 은은히 입소문을 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쉬운 건 상업 영화 대작 및 각종 신작들에 밀려 볼 수 있는 상영관 및 시간대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프렌치 수프’를 연출한 트란 안 훙 감독은 ‘그린 파파야 향기’로 제46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거장이다. 이후 이번 작품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까지 품에 안았다. ‘프렌치 수프’의 원제는 ‘도댕 부팡의 열정’이고 미국 등 영어권에선 ‘테이스트 오브 띵스’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나라별로 제각각이지만, 모두 이 영화의 매력과 주제를 적절히 살린 제목들이다. 1924년 ‘미식가 도댕 부팡의 삶과 열정’이란 원작 소설을 프리퀄처럼 각색한 영화로 알려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사’는 단순 생존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가치관에 지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우리나라만 해도 누군가의 안부를 묻거나 만남을 요청할 때 ‘밥’이란 단어부터 꺼낸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즐기거나 싫어하는지 눈여겨보고, 특정 음식은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도댕’이 어떤 음식을 먹고 만드는지를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프랑스의 유명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가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란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 도댕이 바로 이 인물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밭에서 직접 길러 캐온 신선한 채소, 선홍빛 내장과 빛나는 비늘의 신선한 생선, 다양한 조리기구에 재료를 칼로 썰고 냄비에 뭉근히 끓이고 오븐에 굽는 맛있는 효과음들까지. 눈과 귀가 즐겁다. 육해공에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공복 관람에 주의해야 할 영화다. 조리도구와 재료를 대하는 요리사 외제니의 섬세한 손길이 우아한 매력을 더한다.

도댕과 외제니의 사려깊은 로맨스가 영화에 풍미를 더한다. 20년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신뢰와 사랑으로 관계를 이어온 두 사람. 그럼에도 수차례 청혼을 거부하는 외제니와 그런 외제니를 사랑하는 도댕의 모습들을 통해 ‘프렌치 수프’는 ‘결혼’이란 제도가 사랑과 존중의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 등을 보여준다.

포토푀, 볼로방, 오믈레트 노르베지엔 등 다채로운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음식과 사랑, 인생을 이야기하는 수작으로, 미식의 정점을 찍은 프렌치 퀴진의 향연은 물론, 깊은 울림을 주는 로맨스로 다양한 세대에 감동을 주고 있다. 또한, 20년 전 실제 부부였던 줄리엣 비노쉬와 브누아 마지멜이 주연을 맡아, 연인이자 오랜 파트너로서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실감나게 연기한다.

6월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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