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th SRE][Worst]아시아나, HDC 품에…커지는 재무부담

`BBB+`로 2단계 높은 ABS 적정성 `도마` 3위
HDC현대산업개발·HDC,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아시아나는 `상향검토`
  • 등록 2019-11-16 오전 11:41:00

    수정 2019-11-16 오전 11:41:00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매각 전에 아시아나를 분리해서 구조조정 이후에 내놔야지 지금 이렇게 내놓으면 어떻게 합니까? 누가 사도 탈나는 매물이 될 겁니다.”

지난 3월 감사의견 ‘한정’ 이슈로 시장을 떠들석하게 한 아시아나항공(020560) 본입찰이 지난 7일 진행됐다.

산업은행은 본입찰 안내서에서 신주 발행 가이드라인으로 8000억원 이상을 제시하라고 했고, 아시아나항공에 들어간 자금을 모두 회수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본입찰에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 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닷새뒤인 12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을 써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HDC그룹의 지속 가능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6월말 연결기준 총차입금 5조9146억원, 반기 영업손실(EBIT) 1170억원. 2조5000억원의 매각가를 낙점받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다.

“색동이ABS, 두단계 높은 게 맞냐?…등급 낮춰야”


워스트레이팅 단골손님인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투자적격 최하단인 ‘BBB-’에 하향검토 의견이 붙어있다. 삐끗하면 투기등급으로 추락하는 마지노선에 매달린 셈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미래매출채권으로 유동화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은 이보다 두 단계 높은 ‘BBB+’여서 등급 적정성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HDC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신평사들은 15일 아시아나항공을 상향 검토 와치리스트에, HDC현대산업개발(A+)은 하향검토 와치리스트에 올린 상태다.)

지난회 워스트레이팅 1, 2위에 올랐던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ABS는 30회 SRE에서 이마트, LG디스플레이에 밀려 순위가 소폭 하락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30회 SRE에서 190명의 응답자중 33명(17.4%)이 아시아나항공ABS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8위(24명·12.6%)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ABS와 아시아나항공의 득표를 합칠 경우 57표(30%)나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말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됐지만, 시장은 2017년 하반기(26회 SRE)부터 추가적인 등급 하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시아나항공ABS는 27회(2018년 4월 설문)부터 꾸준히 10위권 안에 랭크되고 있다.

이번에 아시아나항공ABS와 아시아나항공을 꼽은 응답자(57명)중 단 3표를 제외하고 모두 등급이 현재보다 낮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SRE 자문위원은 “아시아나항공ABS가 3위에 오른 것은 선순위 무담보 등급이 떨어질수록 ABS가 두 단계가 더 높은 게 맞느냐는 적정성 논란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일률적인 두 등급 차이가 맞는지, 아시아나항공의 등급이 낮아지면 좀 조정을 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ABS가 무담보 선순위 회사채보다 등급이 2단계 높은 것은 장래매출채권에 대한 상당규모(5배 이상)의 초과담보를 가지는데다 영업만 지속된다면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는 탓이다. 특히 조기상환 트리거 발동시 발생하는 매출채권에서 ABS 원리금 상환을 우선적으로 하게 돼 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총차입금중 ABS 차입금 비중이 높은 데다 줄어들던 차입금 규모도 재차 증가세로 반전했다는 데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대비 ABS 비중은 2015년 19%에서 지난해말 36%까지 높아진 반면 차입금대비 회사채 비중은 2015년 22%에서 지난해말 7%까지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하락하면서 무보증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6월말 기준 ABS 규모는 8891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1417억원)에 비해 22%(2526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총차입금은 지난해말 3조4402억원에서 5조9146억원으로 72%(2조4744억원)나 급증하면서 차입금대비 ABS 비중은 지난해말 36%에서 6월말 15%로 상당히 낮아진 상태다.

회사측은 공시를 통해 내년 6월말까지 3837억원, 2021년 6월말까지 3250억원, 2022년 6월말까지 1480억원 등의 ABS 만기가 도래한다고 밝혔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BBB-’미만으로 하락하거나 부채상환계수가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ABS 외 차입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한다면 ABS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한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항공기 펀드, 유동화 문제 등 항공 관련해 돈이 너무 많이 얽혀 있다”며 “등급 트리거의 마지널에 걸려있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신평사가)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항공업 산업구조 재편 가속화…HDC 의구심 `여전`

지난 3월 급작스레 불거진 감사의견 한정 이슈 이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 의지를 확인하며 시장은 안도했다. 그러나 최근 산업은행이 최소 8000억원 이상의 신주 발행조건을 내걸며 아시아나항공 지원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항공담당 연구원은 “산업은행이 저렇게 발을 뺀다는데 과연 누가 인수하려고 할 지 의문”이라며 “대기업이 인수하더라도 배탈이 날 것이다. 사는 사람은 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항공 업황도 그리 밝지 않다. NICE신용평가는 올 상반기 주요항공사 영업수익성 저하에 대해 글로벌 경기부진에 따른 화물운송 실적 위축을 주요인으로 꼽으며, 중단기적으로도 의미있는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 확대, 한일 분쟁 등도 항공업엔 부정적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저비용항공사의 급속 성장과 국내 취항 외국계 항공사 증가 등으로 기존 대형항공사의 시장점유율이 추세적 하락세를 보여오는 등 산업구조 재편 가속화도 부담이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2조원이상을 신주발행에 쏟아붓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SRE 자문위원은 “당장 2조원 유상증자시 부채비율 등은 상당 폭 하락하겠지만, 지속적인 항공기 투자 부담 등으로 실적이 좋아질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과 항공은 전혀 다른 비즈니스로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인수가 확정될 경우 ‘A+(안정적)’인 HDC현대산업개발의 등급이 아래로 끌려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RE 자문위원은 “A+인 현대산업개발이 ‘BBB-’인 아시아나항공이 너무 무거워 하향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건설업 외에 유통업, 호텔업도 잘 안 됐던 만큼 리스크가 큰 항공업을 잘 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고 꼬집었다.

SRE 자문위원은 “원래 항공산업이 경기민감도가 높아 다운사이클에 디폴트가 많이 나는 산업이지만, 그동안 국내 항공사들은 안정적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내수시장에서 경쟁자가 많아졌고, 국적기에 대한 로열티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A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대형증권사 항공담당 연구원은 “글로벌 항공사 M&A에 있어 동종업계가 아닌 M&A는 성공한 적이 없다”며 “아시아나 딜이 아주 장기적으로 대한항공에 가장 큰 수혜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다만 HDC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2년이내 처분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 정몽규 회장은 “앞으로 2년의 시간이 있으니 전략적 판단이 먼저”라며 “여러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인수 후 여러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LCC(에어서울, 에어부산)에 대해선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분리매각 가능성도 남겨 뒀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2조4000억원이 아니라 수년간 수조원을 쏟아 부어야 정상화될까 말까한 물건”이라며 “자금 부담은 확실하고 시너지는 불확실한 만큼 채권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뉴스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0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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