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의 창과 방패] 민심의 바다는 끊임 없이 출렁인다

  • 등록 2020-11-12 오전 7:49:32

    수정 2020-11-12 오전 10:45:36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 움직임이 부쩍 빨라졌다. 다소 이른 감이없지 않지만 서서히 예열되는 모습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탈하면서 ‘이낙연-이재명’ 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3후보 출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당내 경선이 흥행해야 본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정세균 총리는 양자 구도에 균열을 내는 제3후보가 될 수 있을까.

당 안팎에서는 이낙연, 이재명 구도가 일찍 굳어질 경우 흥행 부진을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정세균 총리를 밋밋한 경선 판을 흔들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 대표와 정 총리가 여러 부분에서 중첩된다고 한다. 둘은 경쟁 관계지만 경우에 따라선 보완재 성격을 띤다. 두 사람이 걸어온 정치 경로와 최근 행보를 보면 흥미롭다.

둘은 호남 출신으로 지역 기반이 같다. 정 총리는 전북 진안, 이 대표는 전남 영광이다. 호남인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선택지다. 자칫하면 호남 표 분산을 우려하는 눈치다. 두 사람은 호남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서로 번갈아가며 상대 진영(?)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대 선거에서 호남이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키스톤(쐐기돌)’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부안을 방문, 전북과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할머니도 어머니도 아내도 장모도 장인도 모두 전북인이다”고 했다. 10일 전북 고창 출신 언론인이 주축이 된 ‘고언회’ 모임에서도 반복했다. “증조부와 증조모, 조모 묘가 고창 공음면에 있고, 공음면 진씨 일가가 외갓집”이라며 강한 연고를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파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 총리는 광주를 공략하고 있다. 3일 광주에서 “광주 청년정신으로 일제를 물리쳤고 이는 5·18, 6·29, 촛불혁명으로 계승됐다”고 했다. 다분히 광주·전남지역 청년층을 겨냥한 메시지다. KBS광주방송 대담에도 출연했다. TK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처가가 포항인데다 안동에서 군복무 경험을 살린 정 총리는 7일에도 “포항 사위다”는 말로 연고를 강조했다.

정치 행로는 많은 점에서 닮았다. 정치 입문은 정 총리가 빠르다. 정 총리(70)는 15대, 이 대표(68)는 16대 국회에 입성했다. 정 총리는 6선 의원으로 국회의장, 세 차례 당 대표,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 대표는 5선 의원으로 총리와 전남지사를 지냈다. 당내 입지에서는 정 총리가 다소 앞선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두 사람은 특·장점에서 차별화된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대표는 말이 주된 무기다. 총리 재임 당시 사이다 발언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노무현대통령 당선자 대변인, 대통합신당 대변인 이력이 말해준다. 정 총리는 경제와 정책에 강하다. 쌍룡그룹 상무로 퇴직할 때까지 실물경제를, 산업자원부 장관으로서 정책을 집행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해 정책통으로 인식된다.

각기 단점도 있다. 정 총리는 자기 목소리가 없다는 평을 듣는다. 중도적이며 합리적인 성격은 장점이다. 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곳을 긁어주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관료사회나 정치권은 우호적이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낮다. 이 대표는 텁텁한 인상과 달리 차갑다는 평가가 있다. 총리와 전남지사 재직 당시 함께 일했던 공직자들 상당수는 이런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더디게 모인다고 한다.

최근 두 사람의 광폭 행보는 눈길을 끈다. 집권여당 대표와 총리직을 한껏 활용하는 모양새다. 정 총리는 경북 안동, 광주, 경북 포항, 서울 홍대 앞까지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현장 최고회의를 매개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전북권, 부울경, 충청권을 마쳤고 11일에도 충북 청원(반도체부품)과 강원 횡성(전기자동차)까지 강행군했다.

여당 경선은 내년 3월부터 본격화한다. 대표직과 총리직 사퇴 시점도 내년 3월로 전망하고 있다. 호남민심은 두 사람에 대해 치열하게 경선하되, 승자가 가려지면 몰아주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당내 경선이 박빙으로 가면 결선 투표가 예상된다. 호남이란 응집력을 잘만 묶어낸다면 둘 중 하나는 대선 고지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11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총장은 여야를 통틀어 1위(24.7%)에 올랐다. 이게 민심인가 싶어 혼란스럽다. 경쟁력 있는 잠룡을 둔 더불어민주당일지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민심의 바다는 이렇게 끊임없이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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