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F' 매덕스와 '후계자 혈통' 커쇼, 2008년 가을의 특별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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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4-01-09 오후 3:56:51

    수정 2014-01-10 오후 5:59:46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그렉 매덕스(47)의 마지막 경기는 그의 성공적인 커리어와 동떨어진 초라함 그 자체였다.

3회부터 LA 다저스 불펜에서 어슬렁거리던 그는 ‘코리언특급’ 박찬호(40)의 바통을 이어받아 팀이 0-3으로 뒤져있던 4회 마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2이닝을 더 버티지 못한 채 추가 2실점하고는 쓸쓸히 퇴장했다.

지난 2008년 10월16일(한국시간)에 있었던 다저스의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시리즈(CS) 5차전 때다. 그 경기에서 다저스는 1-5로 패하고 보따리를 쌌다. 당시 ‘좌완특급’ 콜 해멀스(30)를 앞세운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1승4패로 무릎 꿇은 다저스는 그렇게 시즌을 접었고 화려했던 매덕스의 선수생활도 그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매덕스는 거의 틀림없이 그의 시대를 지배했던 프리미어 투수였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사이 영과 놀런 라이언, 단 서튼을 제외하고 그보다 많은 경기를 선발 출장한 선수는 없다.

그런 매덕스였는데도 마지막 모습은 선발투수가 아니었다. 포스트시즌(PS) 들어 ‘데릭 로우(40), 채드 빌링슬리(29), 구로다 히로키(38)’ 등에 밀려 불펜으로 내쫓겼고 이곳에서 박찬호를 비롯해 지금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25) 등과 뭉쳤다.

명성에 걸맞지 않게 기립박수 하나 없이 비천하기 그지없는 피날레였지만 매덕스는 이 순간을 “내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라고 기억한다.

그는 그때가 끝이었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플레이오프 무대여서 발표만 못했을 뿐 마운드를 내려올 때 매덕스는 조용히 심판에게 다가가 마지막으로 던졌던 공을 건네달라고 요구했다.

매덕스는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정된 9일(한국시간) ‘LA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금 그 공은 아마 내 방 어딘가에 모셔져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가 경기를 져서 최악이었지만 그게 내가 선수 유니폼을 입고 던지는 마지막 경기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오래도록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건 특권이나 다름없었다”고 회상했다.

돌이켜보면 2008년 10월 다저스 불펜에서는 42살의 ‘지는 별’ 매덕스와 20살의 ‘뜨는 별’ 커쇼가 함께 했었고 그 순간 신구 전설들의 바통터치가 이뤄졌을지 모른다.

2008년을 샌디에고 파드레스에서 시작했던 매덕스는 월드시리즈(WS) 우승으로 피니시를 장식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하에 시즌 중반 다저스로 트레이드돼 7경기를 선발로 나섰지만 ‘2승4패 평균자책점(ERA) 5.09’ 등으로 신통치 못했다.

살아있는 전설이자 ‘컨트롤의 마법사’로 통했던 그가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들지 못한 까닭이다.

그해는 참 특별했다. 박찬호와 커쇼도 있었지만 작년 류현진(26·LA다저스)과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다저스의 주전포수 A.J. 엘리스(32)의 데뷔 해이기도 했다.

매덕스의 선수생활 마지막 주가 엘리스의 데뷔 첫 주와 겹친 관계로 엘리스는 아직도 매덕스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처음 루키포수 엘리스를 대한 매덕스의 태도는 무시였다고 한다. 약 일주일간 냉대가 이어지다 어느 날 토요일 아침 일찍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비디오 룸’에서 경기영상을 분석하던 매덕스가 엘리스를 부르더니 그토록 간절히 기다렸던 가르침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엘리스는 당시를 “그가 내 이름을 불러줄지 정말 몰랐다. 내 이름을 알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나는 그렇게 그의 옆 좌석에 앉게 됐고 하나하나가 모두 가치 있는 그와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덕스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던진 생애 마지막 공은 83마일(약 134km)짜리 패스트볼(빠른공)이었다.

불같은 강속구와 괴물 같은 커브는 물론이고 압도적인 피지컬(신체능력)을 가지지 못했음에도 그가 성공할 수 있던 가장 큰 비결은 남다른 야구지능에서 나오는 스스로가 고안해낸 뛰어난 게임플랜에 있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느린 공으로도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제껏 내가 본 가장 똑똑한 투수였다. 야구천재에 아주 가까운 그런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한두 명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단순히 공만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매덕스는 마운드가 아닌 대주자로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뤘고 투수로서 타석에서의 기여 즉 방망이 실력과 번트수비, 뛰는 경기를 스스로 컨트롤하는 주자견제 등에서 선수생활 내내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42살의 83마일짜리 투수가 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데는 이렇듯 철저한 모든 준비가 필수적이었어야 했을 것이다.

엘리스는 “매덕스와 데릭 로우는 항상 구석에 모여 경기에 관해 얘기를 나누곤 했다. 로우는 그걸 다시 커쇼에게 넘겨줬다. 그런 모습에서 어떤 혈통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게 지금 커쇼가 가진 근면성의 발원지다”고 해석했다.

매덕스는 커쇼에 대해 “도울 수 있는 제안이 온다면 감사하겠다”면서도 “커쇼의 성공은 신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커쇼는 특별한 투수다.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내고 있지 않은가”라고 치켜세웠다.

2008년 후반기 다저스에서 전해진 혈통의 결과물인지 매덕스는 26살 때 처음 사이영상을 탔고 커쇼는 이보다 1년 빠른 25살 때 벌써 2차례나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커쇼는 매덕스에 이어 역대 2번째로 3년 연속 리그 ‘평균자책점 왕’에 등극했다.

매덕스에서 커쇼로 연결되는 사이영상 혈통은 수십 년이 흐른 뒤 ‘쿠퍼스 타운’에서 재회할 가능성을 높인다.

매덕스의 커리어는 이미 ‘명예의 전당’ 입성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매덕스는 9일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10년차 이상의 베테랑 야구기자들이 뽑은 ‘2014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총 571표 가운데 555표를 휩쓸었다.

입성 기준인 75%를 훌쩍 넘은 97.2%로 자격 첫해 당당히 쿠퍼스타운에 입성했다. 매덕스의 득표율은 놀런 라이언과 톰 시버에 이은 투수 역대 3번째(전체 8위)로 높은 것이다.

같은 날 동료였던 톰 글래빈(525표, 91.9%)과 프랭크 토머스(478표, 83.7%)도 함께 영예를 안았다.

풀네임이 그레고리 앨런 매덕스인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23년 동안 뛰면서 ‘744경기(740선발) 355승227패 ERA 3.16 5008.1이닝 999볼넷 3371탈삼진’ 등의 대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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