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기업가정신, 순위로 매길 일 아니다

전경련, 韓 기업가정신 OECD 가입국 중 ‘27위’ 발표
중기부가 공개한 지표에 따르면 44개국 중 ‘9위’
창업·투자 역대 최고 기록하며 생태계 발전
주52시간,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옥죄는 규제 다수
현장에 귀 기울여 기업가정신 막는 규제 풀어야
  • 등록 2021-07-10 오후 12:00:41

    수정 2021-07-10 오후 12:00:41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산업 성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업인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향후 규제완화를 통한 친기업적 경영환경 조성 등 기업가정신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7개국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을 조사해 발표했다. 인구 10만명당 사업체 수와 기업활력, 제도환경, 기업가 직업 선호 등 6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경련은 “기업규제 입법으로 기업 관련 제도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기업가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춰야 할 자세나 정신’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5월 내놓은 또다른 기업가정신 조사결과는 사뭇 다르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연구협회(GERA)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중기부는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지수가 지난해 44개국 중 9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9년 15위에서 여섯 계단이나 오른 기록이다.

또 라틴아메리카의 기업가정신 전문 싱크탱크 ‘PRODEM’이 공개한 ‘역동적 기업가정신 지수’(IDE ·Index of Dynamic Entrepreneurship)를 보면, 한국은 64개국 중 13위를 기록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지수는 기업가 인적자원, 교육, 사회적 자본, 정책과 규제 등 다양한 항목을 조사해 산출한다. 즉, 기업가정신을 두고 민간 기관과 정부가 각기 다른 통계를 인용해 우리나라 기업 환경을 정반대로 해석한 셈이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청년 스타트업과 가진 간담회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중기부)
창업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최근 우리나라 기업 환경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벤처투자실적은 코로나19 사태 가운데서도 사상 최고치인 4조3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술기반업종 창업은 6만개를 돌파하며 역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니콘’(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은 지난해 이은 10개로 다소 주춤하지만, 한국인이 창업한 몰로코·센드버드 등 혁신기업이 연이어 유니콘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면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다.

그러나 시선을 돌리면 여전히 고충을 토로하는 기업들은 곳곳에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돌아온 한 토종 자율주행 스타트업은 정부 ‘규제자유특구’에 입주했지만, 예상치 못한 규제에 걸려 사업을 접고 다시 미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직원들에게 직장이라는 시공간을 마음껏 활용할 기회를 제한한다”고 꼬집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영세 제조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벤처 1세대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기업가정신에 대해 “혁신적 방법으로 신산업을 개척해 경제를 부흥하고, 국민을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정신을 순위로 매겨 비판하거나 칭송한다고 해서 기업 환경이 변하진 않는다. 기업가정신이 몇 위인지 매달리기보다 무엇이 기업가정신을 흩트리는지를 살펴볼 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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