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후 39초간 소주 1병 마셨다"…음주운전 '무죄' 나온 이유는?

법원 "혐의 입증 위한 증거 부족"
  • 등록 2024-10-03 오전 9:52:27

    수정 2024-10-03 오전 9:52:27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주차 후 차 안에서 39초간 소주 1병을 모두 마셨다”고 주장한 가운데 법원이 구체적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대구지법 형사6단독 문채영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0)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작년 9월 16일 오후 11시 38분께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중구 한 지점까지 약 2.4㎞ 구간에서 벤츠 승용차를 음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당시 A씨가 차를 주차하는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았으며 차에서 내리자마자 비틀거리며 이상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A씨는 주차 후 약 39초간 차 안에서 머물다가 밖으로 나왔으며, 약 40분 뒤인 17일 오전 0시 11분께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측정됐다.

하지만 A씨는 “당시 주차 후 차 안에서 약 39초 동안 있으며 알코올 도수가 25도인 소주(375㎖) 1병을 모두 마셨다”며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경찰의 음주 측정 수치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후행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을 빼는 방식으로 이 사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려 했다. 그러나 A씨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에서 실제로 차를 몰았다고 판단할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기존 판례에 따라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알코올 체내흡수율과 성인 남성의 위드마크 상수 등을 적용한 결과다.

재판부는 또 수사 당국이 이번 사건 조사과정에서 A씨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전제인 음주 장소와 술 종류, 섭취량, 음주 후 경과시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주장대로 소주 1병을 모두 마셨다고 해도 마시자마자 곧바로 술에 취한 듯한 행동을 한다는 건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며 “그러나 정황증거들 내지 추측만으로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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