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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山水는 없다…수묵으로 그린 일상

유근택 '하루' 전
현대적 소재…공간에 시간성 입혀
갤러리현대 12월 9일까지
  • 등록 2012-11-28 오전 9:55:59

    수정 2012-11-28 오전 11:12:55

유근택 ‘열 개의 창문 혹은 하루’ 중 한 작품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여덟 개로 쪼개진 창문 너머 풍광이 바뀐다. 창틀에 걸친 커다란 가로수 위로 비가 내리고 눈발도 흩날린다. 가끔 지나치는 사람들이 하루의 어느 때를 말해주고, 물든 잎사귀가 계절을 말해준다. 풍경에 켜켜이 쌓인 시간, 그것이 모두 열 개다.

한국화가 유근택(47·성신여대 교수)의 수묵화엔 깊은 산과 물이 없다. 대신 현실의 일상이 있다. 되레 친숙하게 여겨질 법도 한데 그렇지가 않다. 낯설다. 일상의 삶, 소멸, 순환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폭 안에 자리잡은 사물은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고 실제 크기와도 차이가 난다. 거대한 코끼리가 침실 한 가운데 들어와 있기도 하고, 거실엔 나무가 자란다. 가히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두고 작가는 “주변 풍경에 무뎌지기 전 그것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섬광과 같은 에너지를 왜곡·변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 펼친 ‘하루’ 전은 작가가 찾아낸 공간에 시간을 입힌 근작 30여점으로 구성했다. 무엇보다 일상 속 평범한 사물들이 시간을 품어 그 사이에 형성된 관계가 내뿜는 에너지에 관심을 뒀다. 그러다보니 눈에 보이는 한 순간이 아닌 대상에 누적돼 쌓이는 시간성이 도드라졌다. 지난 1년 간 작업실 창 밖 풍경의 변화를 담은 ‘열 개의 창문 혹은 하루’ 연작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한지와 수묵으로 단단히 결합된 한국화에 ‘새로움’을 끌어온 이다. 색과 소재가 특이했다. 물감을 사용해 화면에 붓질의 흔적을 남기는 독특한 표현법, 먹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현대적 테마가 그랬다. 다만 놓치지 않는 것이 있다. ‘먹’이 지닌 정신성이다. 장르적 관습에 도전했으나 여전히 그의 작품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건 이런 까닭에서다.

“이 세계가 기묘함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무엇’이라 생각한다. 산수화를 그리기 위해 산에 가는 것보다 오히려 내가 만질 수 있고 나와 호흡할 수 있는 주변의 것들에서 세상의 놀라움이 교차한다.” 작가의 말이다. 그러니 굳이 산과 물을 따로 말하고 그려낼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12월 9일까지. 02-2287-3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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