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축제와 통제 사이…공산당 창립 100주년 맞은 중국

중국 전역 축제 분위기 속 통제 더 강화
자유화 흔적 사라지고 공산당 기억만 남겨
“백신 접종자만 현장 취재 가능" 철통 방역
  • 등록 2021-06-30 오전 8:39:32

    수정 2021-06-30 오전 11:53:39

중국 중산공원에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이 적혀있는 보드판이 세워져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베이징·난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 전역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7월1일)을 기념하는 축제로 가득 찬 지난 24일. 중국 국민당 정부의 수도였던 난징시를 찾았다. 1912년 중화민국을 건국한 중산(中山) 쑨원(孫文·손문)의 무덤인 중산릉(中山陵)이 위치한 중산공원에는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카드와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관이 적힌 보드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축제 분위기 속 통제 강화…“특수 시기라”

막상 중산공원에 ‘국민혁명군유족학교’가 있던 곳은 기념비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 앞에선 작업자들이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고, 이곳을 찾는 이는 많지 않았다. 유적지와 관련된 설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나 건물 안을 들어갈 수 있을까 살펴봤지만 작업자들은 “안에 아무것도 없다”며 다른 곳을 구경하라고 권했다. 중국인들이 ‘중국 건국의 아버지’라 부르며 쑨원을 존경하고 기념하고 있지만, 공산당의 100주년보다 중요한 건 없어 보였다.

중국 국민혁명군유족학교 유적지 앞. 사진=신정은 기자
베이징은 물론 상하이, 우한, 칭다오 등 중국 전역의 명승지와 초고층 건물에서는 지난주부터 매일 창당 100주년을 축하는 레이저쇼 등이 열리며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TV 황금시간대에는 공산당 역사 드라마와 관련 프로그램이 점령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8일 저녁 창당 100주년 관련 공연을 관람한데 이어 29일엔 ‘당과 인민을 위해 공헌한 당원’ 등을 선정해 ‘7·1 훈장’을 수여했다.

중국 각 지역은 공산당 100주년을 축하하는 것과 동시에 삼엄한 경비태세에 접어들었다. 난징에서 호텔 체크인을 할 때는 가장 최근 중국에 입국한 날짜와 방문 목적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두달 전 방문했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항의하자 “특수시기잖아요.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일(7월1일)까지는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걸요”라는 호텔측 답변이 돌아왔다.

후베이성 우한 시내가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해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사진=CCTV 캡쳐
자유화 역사는 지워져…“백신 없으면 입장불가” 철통 방역

중국 수도 베이징은 더욱 심각하게 통제하고 있다. 공산당 100주년 기념 에어쇼가 성대하게 열릴 예정인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천안문)이 있는 창안제(長安街) 근처에서는 일찌감치 외부 지역 차량에 대한 불시 검문이 시작됐다. 인근 건물에 회사에서는 한달 전부터 출입할 때 출입카드를 꼭 지침하고 보안에 주의하라는 경고가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흥업소도 대부분 문을 닫았고, 마작 등 오락시설도 자취를 감췄다. 28일부터는 지하철과 버스 노선도 일부 조정했다.

중국 공산당의 결정에 반대하고 정치 자유화를 지지했던 역사는 감춰지고 있다.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던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가족이 베이징 둥청(東城)구에 있는 자택에서 퇴거 명령을 받고 이사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홍콩 일간지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공산당을 비판해온 빈과일보는 정부의 자산동결로 24일 사실상 폐간했다.

지난 20일 중국 경찰이 창안제 인근을 검문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조치도 강화됐다. 중국 남부 지역인 광둥성에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인되며 확산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외신 기자들에 대한 요구사항도 까다로워졌다.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때만 해도 외신 기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이를 현장 통과 기준으로 삼았다. 신청 접수때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뒤늦게 이같은 조건을 내걸어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백신 맞으셨나요. 어떤 이유에서든 백신을 맞지 않았으면 공산당 100주년 관련 행사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나흘 앞둔 27일 외신기자들에게 행사 관련 안내를 맡은 중국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 행사 취재를 안내하는 표지판. 사진=신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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