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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이 좋지 않아요. 수도권 대회라 갤러리 분들이 많이 오실 텐데…” 같은 날 김자영(22·LG)의 표정도 어두웠다. 지난해 3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던 김자영. 무표정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얼음공주’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멘탈이 강했던 선수가 축 처져 있다. 결국 컷 통과에 실패했고, 팬들의 안타까움은 상반기 마지막 대회까지 이어졌다.
KLPGA 투어 ‘양김시대’를 열었던 김자영과 김하늘. 그들이 확 달라졌다. 지난 18일 끝난 하반기 첫 대회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둘은 공동 11위에 올랐다. 명성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4월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 이후 최고 성적이다. 한 달여의 ‘여름방학’을 충실히 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부모님 앞에서 한번도 울었던 적이 없는데 상반기에는 눈물을 자주 보였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반기 첫 대회를 무난하게 출발한 김하늘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부진의 원인은 방향을 잃고 난사되는 드라이버 샷이었다. 올 시즌 페어웨이 안착률은 57.51%, 순위도 최하위권인 101위다.
김하늘은 “아웃오브바운드(OB) 실수가 많아지니까 드라이버 샷을 자신 있게 할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모든 게 엉망이 됐다”면서 “상반기 끝나고 집에 있는 드라이버를 모두 들고 연습장을 찾았다. 결국 몸에 맞는 클럽을 찾았고, 자신감이 생기니 점점 공이 맞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2년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자영은 올해 더 큰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름값을 하기는커녕 보통 선수로 전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매니지먼트사와의 계약 문제로 소송까지 가면서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자영은 상반기 마지막 대회를 마친 후 곧바로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윙과 멘탈을 지도해주는 이안 츠릭(호주) 코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일정도 한 달 동안 넉넉히 잡았다.
표정도 밝아졌다. 하반기 첫 대회에서 기대 이상을 성적을 거둔 탓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뜻대로 스윙이 이뤄지는 게 왠지 즐겁다. 김자영은 “지금은 부족한 부분을 맞춰가고 있는 단계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이뤄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하반기 김하늘은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거뒀다. 김자영도 하반기에 1승을 추가하며 다승왕을 차지했다. 여름 이후 강점을 보이는 두 선수.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골프팬들의 이목이 쏠려있다. 둘은 22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MBN·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시즌 첫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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