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2천안타와 해태, 그리고 주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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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0-07-09 오후 8:40:28

    수정 2010-07-09 오후 10:36:55

▲ 이종범이 한.일 통산 2000안타를 때려낸 뒤 후배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바람의 아들' 이종범(40.KIA)이 9일 광주 한화전서 대망의 한.일 통산 2000안타 기록을 세웠다. 18시즌만에 쌓아 올린 대기록.

2000안타는 200안타를 10년간 쳐야 나올 수 있는 기록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종범의 2000안타는 다소 늦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야구 천재'라 불리던 사나이였기 때문이다. 한때 은퇴위기까지 몰렸던 점을 감안하면 2000안타의 영광은 그의 몫이 아닐 수도 있었다.

3년반의 일본 프로야구 시절이 그의 기록 생산엔 큰 장벽이 됐다. 이종범은 1997시즌을 끝으로 해태를 떠나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었다.

이종범에겐 힘겨운 시간이었다. 이적 첫 해 3할 이상의 타율과 거침없는 도루를 앞세워 가볍게 일본 무대를 평정하는 듯 했다. 그러나 가와지리의 공에 팔꿈치를 맞고 골절상을 당한 뒤 그의 야구 인생은 꼬여만 갔다.

결국 이후 적응에 실패한 이종범은 2001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3년 반의 시간 동안 그가 때려낸 안타는 고작 286개에 불과했다.

주목할 점은 그의 일본행이 자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를 겁낸 적도 없지만 꼭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 이종범의 이적은 해태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박건배 당시 회장이 직접 지시를 내린 뒤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IMF 사태를 맞으며 구단 운영이 어려워졌던 탓이다. 이종범을 이적시킬 경우 받을 수 있는 트레이드 머니가 직접적인 이유였다.

당시 이종범의 이적금은 약 50억원 수준. 그 돈이면 해태 선수들의 1년 연봉을 주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이종범은 1997시즌 타율 3할2푼4리 30홈런 64도루를 기록했다. 많이 나가 많이 뛰는 것 뿐 아니라 홈런 능력까지 최고조에 오른 시기였다.
 
이종범은 "그때 연봉이 1억1천만원이었다. 처음으로 2억원을 넘길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일본 진출이 추진됐다. 좋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복잡한 마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바 있다.
 
그가 한국에서 좀 더 뛰었다면 그의 적은 이종범 뿐이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만큼 이종범의 기량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누적 기록들도 일찌감치 정상권에 도달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종범의 일본 생활이 아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종범은 주니치 시절 처음으로 좌절을 맛봤다. 마음먹은대로 야구가 풀리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때 얻은 무형의 자산은 그가 은퇴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데 큰 힘이 됐다. 이종범은 2006년과 2007년 부진이 거듭되며 마지막 고비에 몰렸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우는데는 일본 시절 경험해 본 아픔이 큰 힘이 됐다.

그래서 그의 2000안타는 더욱 빛이 난다. 넘어지고 부딪히며 벼랑끝까지 몰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며 최고의 순간을 다시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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