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에 창업해 2백억대 회사 키운 경단녀

윤소라 유아이 대표 “기술력으로 틈새시장 공략”
산업용 테이프, 매출 적어도 없어지지 않을 필수 소재
"대기업 갑질에도 당당하게 사업 펼쳐 꿈 이룰 것"
  • 등록 2016-03-24 오전 8:55:46

    수정 2016-03-24 오후 6:34:17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큰 매출을 일으키지는 못하지만 제조공정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제품들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눈에 쉽게 띄지 않아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꼭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되는 소재를 만드는 것이 회사의 목표입니다.”

산업용 테이프 수입·제조업체 유아이의 윤소라(53·사진) 대표는 전량을 수입 제품에 의존하던 산업용 테이프를 국산화시켜 부품소재 분야에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다.

이 회사는 2006년 일본에서 산업용 테이프를 들여와 국내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무역상사로 시작해 창업 3년 만에 독자적 기술을 확보, 제조사로 거듭났다. 올해로 창업 11년째를 맞은 유아이는 국내 유수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에 산업용 테이프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중국 시장까지도 넘보고 있다.

3M, 닛토정공 등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회사가 장악한 산업용 테이프 시장에서 유아이가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틈새시장 공략이었다. 마흔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그녀가 창업의 길로 들어선 것도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절대 없어지지 않을 제품을 만든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산업용 테이프는 선박 및 자동차 등 전자제품 뿐 아니라 건설 현장에도 다양하게 쓰이는 필수소재다. 부품과 부품을 연결·고정하는 역할 뿐 아니라 충격 완화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전자 제품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접착 및 충격 완화 뿐 아니라 빛을 차단하는 효과와 열을 발산하는 역할 등 다양한 기능을 더한 소재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윤 대표는 일본의 산업용 테이프 제조사인 세키스이(SEKISUI)와 협력을 통해 사업을 시작했다. 자동차 유리에 쓰이는 방진필름 특허를 가진 이 회사의 기술을 액정표시장치(LCD)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기술력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기존 제품 대비 30% 가량 싼 제품을 내놓으며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윤 대표는 “과거 전자 부품 관련 중소 상사에서 일했던 경험과 섬유 업체에서 일했던 경험이 LCD용 테이프 개발을 처음 시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됐던 것 같다”며 “제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차차 기술력을 발전시켜 창업 3년차부터는 제품을 국산화시켜 유아이만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3년간의 기술 개발 끝에 그녀는 자체 생산품 ‘ERE테이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지만 2006년 유아이 창업 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일본계 섬유수출업체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업무 능력을 인정 았지만 국내에 들어와 일자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존 경력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급여도 기대에 못 미쳤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직장을 관뒀지만 막상 주부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일을 쉬는 동안에도 섬유와 소재에 대한 관심은 떠나질 않았다.

윤 대표는 “가정 주부로 돌아왔다고 해도 나만이 가진 열정을 계속해 활용했던 점이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었다”며 “경험이나 경력은 어느 한 곳 내부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한 발 떨어져서도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른 사람들이 경력을 이어갈 동안 남편과 아이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급여 수준이 낮은 부분에 대해서도 수긍하고 인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그녀는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일을 찾아 나섰다. 그녀가 찾은 새로운 일터는 전자·부품소재 무역회사. 급여는 적었지만 정시 퇴근이 가능했고 외국계 기업에서 일했던 경력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나니 어느새 일이 불어 무역팀장이라는 업무를 맡게 됐고 퇴근 시간은 과거처럼 새벽 2~3시로 늦어졌다.

윤 대표는 “이 정도 급여를 받고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느니 외국계 기업부터 대·중소기업까지 15년간 다양한 회사를 거치면서 겪었던 경험을 살려 독립을 한다면 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또 3년여를 몸담았던 무역회사가 연 매출 40억원에서 180억원 규모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코피가 터지게 일한 직원들을 대우하기보다는 회사 오너가 가족부터 회사임원으로 먼저 챙기는 일도 그녀의 독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여성 기업인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해나가는 모습을 두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도 그녀가 가진 목표 중 하나다. 대기업의 지나친 ‘갑질’로 회사 문을 닫을까 고민하면서도 10년여를 버틴 비결이다. 2010년까지만해도 도광판용 패터닝 테이프 등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해 연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던 유아이는 대기업의 부당한 갑질로 매출이 크게 꺾였다.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삼성전자(005930)가 10개월여를 개발한 제품의 공급을 갑자기 다른 업체로 바꾸면서 2014년 매출은 180억원까지 내려앉았다.

윤 대표는 “삼성전자로부터 계란이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 필름을 개발해오라는 요구를 듣고 일본계 회사와 함께 힘겹게 개발을 마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막상 요구한 제품을 만들었더니 제품 공급처를 일본계 회사의 한국지사로 변경했다”며 “큰 매출이 나지 않아 대기업이 관심도 없던 시장을 중소기업들이 힘겹게 만들어 놓으면 제품 단가 인하 등을 이유로 공급처를 바꿔 함께 일해 온 협력업체들을 고사시키는 것이 대기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휴대폰 산업이 쪼그라들면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협력사들을 갈수록 쥐어짜고 있다고 그녀는 하소연했다. 그 결과 유아이가 제품을 납품해 온 연 매출 500억원 이상 회사 4곳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휴대폰용 테이프 뿐 아니라 자동차용 테이프 등으로 제품군을 다각화하고 거래선을 다양하게 확보해 2015년에는 매출을 21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대기업에만 의존해서는 ‘갑질’에 쉬이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윤 대표는 “기업 활동을 하는 것 역시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며 “발전이 더디더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직원들의 꿈을 이뤄주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기껏 제품을 만들어 공급해도 이에 대해 충분한 보상도 없이 협력업체들이 죽어나가도록 과도한 ‘갑질’을 하는 대기업의 행태는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며 “벤처기업과 협력사가 가진 기술력을 정당한 대가를 주고 쓰는 관행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활동을 하는 것 역시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며 “발전이 더디더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직원들의 꿈을 이뤄주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소라 유아이 대표가 회사의 산업용 테이프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아이)
-산업용 테이프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섬유 분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섬유에서 시작해 전자 부품 관련 사업을 하다보니 모든 산업에서 소재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소재라고 하면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의류 분야의 원단 소재다. 하지만 산업으로 들어오면 철판부터 비닐까지 모두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수많은 소재들 중에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용할 제품이 어떤 것이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게 테이프였다.

-유아이만의 강점이 있다면

△LCD에 쓰이는 산업용 테이프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세계적인 테이프 제조회사인 3M은 설립한 지 130년이 된 회사다. 일본의 닛또정공도 1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산업용 테이프의 역사는 30여년에 불과하다. 이처럼 국내 회사들의 기술력은 세계 유수 회사에 비해 미미하지만 이 곳 역시도 틈새 시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시장을 잘 활용했다고 보면된다. 하나의 제품이 큰 매출을 주지는 못하지만 작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제품을 갖고 있는 회사가 유아이다. 매출이 작다보니 대기업이 손대지 않는 영역이면서도 기술력이 필요한데 생산 기반도 갖춰야만 하는 휴대폰 LCD용 테이프로 승부를 보고 있다.

-중장기적 사업 계획은

△최근 휴대폰 산업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거래하던 협력업체 4곳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모두 연 매출 400억~500억원은 가뿐히 하던 회사다. 2013년까지는 휴대폰 산업이 호황이다가 2014년부터 쪼그라 들었고 지난해에는 일감도 많이 없어진 탓이다. 생산 공장이 전부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나가다 보니 여력이 없는 협력회사들은 버티기가 어려워졌다. 유아이도 기술력을 확보해 자체 생산을 하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최근에는 중국으로부터 구매 제안이 부쩍 늘었다. 아직 매출은 적지만 자동차 분야 등으로도 제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여성 기업인들이 사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여성 기업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업체와 중소기업들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이 안되기 때문에 대기업이 직접 손대고 싶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협력업체들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이런 협력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며 상생은 커녕 앞장서 협력사를 죽이고 있다.

-어떤 사례가 있나

△삼성전자에게 계란이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 필름을 개발해오라는 요구를 들어 기술력에 강점을 가진 일본계 회사를 찾아 힘겹게 개발을 마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요구한 제품을 만들었더니 제품 공급처를 일본계 회사의 한국지사로 변경했다. 제품 개발이 힘들지만 큰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숱한 글로벌 회사들도 손을 대지 않았던 분야다. 유아이가 기술 개발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시장이었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직접 구매하는 제품도 아닌 3차 벤더가 구매하는 제품을 삼성이 직접 다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개발을 요구한 제품인 만큼 설비를 늘리기 위해 8억원 가량을 들여 설비도 늘렸지만 결국에는 그 물량을 통째로 뺏겼다. 소송에서도 이겨 배상을 받았지만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경영 철학이 있다면

△기업을 하면서 가정을 함께 꾸리는 일이 쉽지 않다. 흔히 말하는 1인 다역을 해야하는 슈퍼 우먼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가족도 하나의 회사처럼 생각하고 말보다는 실천하는 것을 교육 철학으로 삼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능력이 출중하면 출중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인정하고 그 틈을 메울 방법을 고민하는 게 CEO의 역할이고 회사의 몫이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기술력 확보다. 출중한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대기업에 있다면 중소기업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대기업이 하지 않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협력업체의 역할을 인정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윤소라 유아이 대표가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생산 중인 산업용 테이프 제품을 소개하며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유아이)
◇윤소라 대표는

1963년 제주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 문화여자대학을 졸업했다. 윤 대표는 일본계 상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15년간 대·중소기업에서 섬유, 전자 부품 소재 관련 업무를 두루 거쳤다. 연년생 고등학생 아들을 둔 윤 대표는 자녀 교육도 기업 활동과 마찬가지로 ‘말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꾸준한 기술 개발 활동으로 2011년에는 ‘과학기술진흥 유공자’로 선정됐고 여타 중소기업 대비 좋은 복지 환경으로 ‘일하기 좋은 기업 6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 여성벤처협회 부회장 활동을 시작해 현재도 수석부회장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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