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금은 ‘조금 특별한’ 귀금속이다.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금은 그 먼 옛날 고대부터 공예용 장식용 귀금속의 대명사였다. 이런 금의 매력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금이 다른 귀금속과 결정적으로 차별되는 점은 근세 들어 기축통화일 정도였던 화폐 기능이다.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그 가치가 안정돼 있으며, 운반·보관도 용이한 귀금속이 금이다. 요즘에도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서 금의 투자 매력은 그대로다.
이를테면 금 돌반지에는 금처럼 오래오래 잘 살라는 의미와 함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금을 필요할 때 팔아서 쓰라는 지혜도 담겨있다.
그런데 이런 금 가격이 최근 하락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0.36% 하락한 온스당 1245.2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7월20일(1244.8달러) 이후 거의 5개월 만의 최저치다. 금 가격은 지난달 중하순만 해도 한때 온스당 1300달러에 육박했으나, 요즘 급락하고 있다.
금 가격에 사실상 연동돼 있는 은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날 12월물 은 선물가격은 온스당 15.74달러를 기록했다. 7월 초중순 이후 거의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금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8일 기준 금 한 돈(3.75g) 종가는 16만5525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2월4일 16만4250원에 마감한 이후 1년10개월여 만에 가장 낮았다.
금 가격이 하락하는 건 이유가 있다. 가장 첫 손에 꼽히는 게 금리는 오르고 물가는 둔화하는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이다.
먼저 금리다. 금 자산의 특징 중 하나는 현금 유입이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채권을 갖고 있으면 이자를 받고 주식을 매수하면 배당을 받는다. 하지만 금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무(無)이자 자산이다. 8일 당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3762%. 올해 중반께만 해도 2.1~2.2%대에서 거래되다가, 최근 레벨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무이자 자산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도 금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은 물가 상승 위험을 헤지하는 대표적인 자산이다. 물가가 낮으면 금 가격은 그만큼 하락 압력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례적인 저(低)물가는 최근 전세계 경제계의 최대 화두로 꼽히고 있다.
|
“내년 금가격 더 하락할듯”
요즘 달러화 강세 조짐도 한 요소다. 금은 달러화로 거래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달러화 가치 상승 압력이 커지면, 상대적인 금 가치는 하락한다. 지난밤 달러인덱스는 93.895로 닷새째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다.
이뿐만 아니다. 비트코인 광풍도 금 약세 요인으로 추정된다. 국내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금 투자자 중에서 비트코인으로 얼마나 옮겨갔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최근 분위기를 보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특별한 수급 이슈가 없는 한 경제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올해 금 가격 평균이 1258달러 수준인데, 내년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