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범죄인 송환법안 무기한 연기…"완전 철회 아냐"(종합)

캐리 람 행정장관 기자회견 열고 '잠정 중단' 선언
무기한 연기 뜻 내비치면서 "개정안 완전 철회는 불가"
법안 추진 필요성 여전히 강조…시민들 분노 여전
16일 100만명 시위 예고에 강경방침서 후퇴
  • 등록 2019-06-15 오후 5:06:42

    수정 2019-06-15 오후 5:11:32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이 15일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BB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연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잠정 중단일 뿐, 법안을 수정 보완해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오후 3시(이하 현지 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만 정부가 살인범의 인도를 요청하지 않고 있어 범죄인 인도 법안이 더는 긴급하지 않다”며 “지난 이틀간 검토 결과 법안 추진의 잠정 중단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3시 12분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람 장관은 “나는 정부가 법적인 허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고 사망자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며 홍콩의 법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도시(홍콩)가 범죄자에 안전한 천국이 되는 걸 피하고 싶다”고 범죄인 인도 법안을 준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람 장관은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는 보류될 것이며, 시민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일정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안 처리를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법안을 수정하고 보완해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람 장관은 “현행법의 허점을 막기 위해 현단계에선 개정안을 완전히 철회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있는 정부로서 우리는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홍콩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올들어 추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대만 타이베이 한 여관에서 20대 홍콩인 남성이 여자친구를 치정문제로 살해한 후, 홍콩으로 달아났다. 그의 범죄 사실은 명백했지만 홍콩과 대만 간에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그를 범행 지역인 대만으로 송환할 수 없었고 홍콩 형법상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그를 처벌할 수도 없었다. 이에 홍콩 당국이 범죄인 인도 법안을 체결하기로 한 것.

그러나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자칫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했다. 홍콩의 독립적인 사법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이에 지난 9일 103만명(주최측 추산)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와 법안 처리에 대해 반대했다. 이어 시민들은 2차 심리가 예고된 12일엔 홍콩 입법회(국회) 주변에서 법안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로를 봉쇄한 시위대를 향해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에 72명의 시민들이 다쳤고 이 중 2명은 중상을 입었다.

홍콩은 지난 이틀간 이 법안을 연기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날 정오에 친중파 입법회 의원들을 직접 만나 법안 연기를 설명했다.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홍콩과 가장 인접한 중국 본토 도시인 선전까지 직접 내려와 대책 회의를 했고 캐리 람 행정장관 측에 법안 연기를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람 장관은 이날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이해와 신뢰, 존경, 지지를 보였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람 장관의 이번 회견은 법안 연기보다 법안 추진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홍콩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홍콩에서는 당장 16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람 장관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이날 람 장관은 사임을 할 것인지 묻자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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