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문 닫은 약국, 상비약은 ‘텅텅’…편의점의 하소연

편의점 업계, 국감 전 의견서 국회 전달 예정
도입 12년 지났지만 여전히 11개 품목만 허용
국회 설득 난망, 의사·약사 출신 의원 ‘굳건’
시대흐름 따라 지사제·제산제 등 일부 추가해야
  • 등록 2024-10-02 오전 6:00:00

    수정 2024-10-02 오전 6:55:48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내 편의점 업계에선 ‘안전 상비의약품’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년 전 약사법 개정으로 편의점에서도 총 20개 품목의 상비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까지 11개 품목만 허용되는 등 제도 연착륙이 더디다는 지적이다.
GS25에서 판매 중인 안전상비의약품들. (사진=GS리테일)
13년째 편의점 상비약 판매 품목 ‘제자리’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업계는 오는 7일 시작하는 국감을 앞두고 이번주에 안전상비의약품 취급 품목 확대를 골자로 한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현행 약사법에는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을 20개 품목 이내 범위에서 지정할 수 있다. 2012년 11월부터 편의점에서도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가능하지만 현재 13개 품목만 허용된 상태다. 이마저도 타이레놀(80㎎·160㎎) 2종의 생산 중단으로 11개 품목만 취급 중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제도 도입 12년이 지났는데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 종류는 제자리”라며 “심야나 공휴일에 소비자들의 의약품 구매 불편이 많을 뿐만 아니라 문전 약국(처방전 취급 전문약국) 중심의 환경 변화와 심야 약국 운영 저조 등 편의점 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확대 당위성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안전상비의약품은 감기·해열·진통제 등 7개, 소화제 4개, 소염제 2개 등이다. 약사법에서 정해놓은 규모만큼 편의점 판매 품목 확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간 편의점 업계에선 매년 국회와 정부에 품목 확대 목소리를 내왔지만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구성만 봐도 여야를 막론하고 의사·약사 출신 의원들이 상당히 많고 목소리도 세다”며 “지난해에도 비대면진료 확대와 관련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본 것처럼 약사계를 설득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등 약사 단체들은 편의점내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로 ‘안전성’을 들고 있다. 약물 오남용에 따른 국민건강 저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편의점에서 판매된 안전상비의약품 가운데 부작용 사례(보건복지부 정보공개 청구 결과)는 보고된 것이 없다.

약국 못가는 소비자 불만, 업계 “제산·지사제라도 추가해야”

소비자들도 불만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퇴근 후 밤이나, 공휴일 불가피하게 약국을 찾을 일이 있지만 문을 열지 않아 불편한 건 사실”이라며 “안전성이 검증된 간단한 상비약은 편의점에서도 더 다양하게 판매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도 2018년 8월 ‘6차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산제와 지사제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검토했다. 이후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 제한적 규제개선 과제’로 채택되는 등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2024년 현재 관련 움직임은 전무한 상태다. 6년이나 지난 현 시점에서 지정심의위는 구성 자체도 되지 않은 상태다.

편의점 업계는 제산제, 지사제, 화상연고 등 안전성 높은 품목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또한 생산 중단된 타이레놀 2종에 대한 대체 지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의 공감대도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지난해 국민 1000명 대상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확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62.1%가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공감대와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올해 의대 정원 확대 등 더 시급한 현안들이 몰려 있어 검토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소모적인 정쟁보다도 실질적인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는 제도와 정책 개선에 국회가 더 힘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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