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부자들, 올초 현금 줄이고 채권 늘렸다"…이유보니

캡제미니 '2024 세계 부자보고서'
자산가 현금 비중 9%p↓…채권 5%p↑
"채권, 고정수입에 절세…자산가 선호"
  • 등록 2024-06-23 오후 2:15:43

    수정 2024-06-23 오후 7:07:5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고액 자산가들이 현금을 줄이고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산배분 변화 배경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AFP
22일(현지시간) 미국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캡제미니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2024년 세계 부자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1월 기준 고액 순자산 보유자(HNWI, High Net Worth Individuals)의 자산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이 25%로 지난해 1월 34%에서 9%포인트 줄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전년 대비 현금 비중이 감소했으나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서 역사적인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는 자산가들이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에서 벗어나 자산 증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캡제미니 리서치의 엘리아스 가넴 글로벌 책임자는 “지난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 때문에 모두 자산 보존에 집중했지만 올해는 현금 비중이 줄어들었다”면서 “사람들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안전 추구에서 자산 증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액 순자산 보유자는 거주 주택, 소모품, 내구성 소비재 등을 제외하고 달러화 기준 100만달러(약 13억9000만원) 이상의 투자 가능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를 의미한다.

반면 채권 등 고정 수익 자산 비중은 지난해 1월 15%에서 20%로 5%포인트 늘어났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채권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국채 가격은 기준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해 수익률이 올라간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1회로 크게 축소했으나, 시장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완화, 소매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연내 2회 인하 가능성을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의 그렉 게이츠먼 글로벌고객개발 책임자는 “고액 자산가, 특히 1000만달러(약 139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자산관리에서 고정 수입을 제공하는 상품을 활용하고 세금을 최적화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며 “이들은 ‘채권 사다리 전략’을 활용하고 절세를 위한 전문적인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사다리 전략’은 채권의 보유물량을 만기(잔존기간)별로 분산시켜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평준화시키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자율 변동이 단기채와 장기채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 만기별로 채권을 균등하게 보유함으로써 시세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배당소득이나 이자소득이 많은 고액 자산가는 예·적금 상품보다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기도 하다.

부동산과 원자재, 외환, 사모펀드, 구조화 상품, 디지털 자산 등을 포함하는 대체투자 비중은 올해 각각 19%와 15%로 지난해 15%와 13% 보다 늘어났다. 주식 비중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21%로 2%포인트 줄었다. 보고서는 “대체투자 자산 배분 비중은 2002년 해당 수치를 추적하기 시작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라고 평했다.

BNP 파리바 자산관리의 피에르 라마디에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큰 경제 성장은 예상되지 않는다”면서 “채권과 사모펀드가 부를 보존하는 데 매력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부의 증식을 위해서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 보다 사모펀드 투자가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북미, 아시아, 유럽 등에 있는 고액 자산가 3119명의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조사는 올해 1월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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