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준기의 미국in]쇼핑이 두려운 美…미국판 새벽배송 확산

코로나19 여파…'쇼핑 두렵다' 분위기 확산
매장 카트·바구니 거부…쇼핑백 들고 다녀
인스타카트 등 배달 서비스 애용 늘었지만…
  • 등록 2020-04-04 오후 12:46:00

    수정 2020-04-04 오후 12:46:00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아, 저 사람은 마스크를 안 쓰고 있네. 장갑도 안 끼고 고깃덩이를 왜 저렇게 만지작거리는 거야.’

미국 뉴저지주(州) 버겐카운티 에지워터시(市)에 사는 누린 하심(36)씨는 최근 식료품을 사러 마트에 갈 때마다 짜증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근처 대형 그로서리 체인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를 곧잘 이용하는 누린씨는 주 2~3차례 해왔던 쇼핑을 1차례로 줄였다고 한다.

집을 나설 때마다 ‘중무장’을 하느라 곤욕이다. 자체 쇼핑백과 손 소독제를 챙긴 후 최근 구입한 면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한다. 최근 들어선 고글 구매까지 고려 중이라고 했다.

누린씨는 요즘 트레이더조가 ‘지뢰밭’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확 달라진 ‘쇼핑’ 풍광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매섭게 급증하면서 하심씨 사례처럼 ‘쇼핑가는 게 두렵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 등의 영향으로 길거리를 걷다가도 최대한 멀리 떨어져 지나치는 게 일상인데, 비좁은 마트 내에서 아우성 거리며 쇼핑을 하는 게 전쟁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어떤 사람에겐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4일(현지시간) 찾은 에지워터시 트레이더조 앞엔 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쇼핑 인파가 몰려서 가 아니라, 연방정부 권고에 따라 50명 이상의 모임이 사실상 금지된 탓이다. 연방정부의 ‘마스크 착용’ 권고 분위기 탓인지, 며칠 새 면 마스크나 스카프 등으로 안면을 가린 사람이 제법 늘었다.

마트 직원의 안내에 따라 막상 입장하게 되면 비교적 큰 마트 안에 최대 49명만이 쇼핑을 보니, 생각보단 한적하단 느낌이 들 정도였다. 모든 제품은 2개 이상 구매가 금지됐다. 최근 들어 ‘사재기’ 열풍도 어느 정도 일단락돼 대부분 물품은 여유롭게 진열돼 있었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은 직접 들고온 종이나 플라스틱 쇼핑백을 지참하고 있었다. 마트 소유의 카트나 바구니 앞에 ‘소독용 물티슈’가 진열돼 있었지만, 요즘 들어 이를 거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 카트는 왠지 붙잡기 꺼리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재사용 가방은 쇼핑 후에 바로 세척하니까 안심이 되죠.”

한국교민 김여정(42)씨는 이렇게 말한 뒤 ‘나 홀로 쇼핑족’이 됐다고 한탄했다. 오붓하게 가족들끼리 장을 보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현금이나 카드 대신 애플페이와 같은 ‘비접촉식’ 결제도 확연히 늘었다고 한다. 트레이더조에서 9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한 직원은 “확실하게 현금으로 지불하는 사람들은 확 줄어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계산을 위해 줄을 설 때도 6피트(1.83m)마다 선을 그어 놓은 점도 눈에 띄었다. 앞사람과의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의 일환이다.

사진=AFP
◇배달 서비스 ‘인기’라지만…

식료품 쇼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미국 내에선 배달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제법 늘었다.

클리프사이드시에 사는 제이크 정(51)씨는 “평소 코스트코를 주로 이용해왔데, 최근 들어선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최근 들어선 종종 ‘인스타카트’(instacart)를 애용한다고 했다. 인스타카트는 대신 장을 봐주는 미국판 새벽배송 서비스로, 쇼핑 구매 금액의 25% 정도(수수료 및 쇼퍼 팁)만 더 지불하면 원하는 물품을 집에서 받게 된다. 예컨대 100달러치 장을 봤다면, 125달러를 주면 되는 식이다.

작지 않은 수수료에도 불구, 배달주문이 밀리자, 인스타카트 측은 지난주 향후 3개월간 미 전역에 30만명의 쇼퍼(shopper)를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에 본사를 둔 인터넷 식품점인 프레시 디렉트(Fresh Direct)도 최근 쇼퍼를 추가로 채용 중이다. 아마존도 창고와 배달 업무를 위해 10만명을 더 고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과일·채소·고기 등 식료품만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하는 건 미국인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하심씨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보니, 먹일 음식을 배달시키는 건 왠지 꺼림칙하다”며 “정신적으로 힘들더라도, 식료품만큼은 당분간 내 손으로 직접 사려고 한다”고 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